<97지구촌쟁점>7.中東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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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해 중동평화의 운명은 이스라엘의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에 달려있다.테러와 유혈충돌이 계속된 이 지역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네타냐후 정권의 비타협적이고 모험주의적인 정책으로 인해 기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
지난 93년과 95년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정착을 위해 강력한 중재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치와 주권을 인정하는 획기적인평화정착안이 만들어져 1,2차 오슬로협정이 체결됐다.그러나 오슬로협정이후 급피치를 올리던 중동평화협상은 지난해 6월 네타냐후 정부 출범과 함께 완전히 중단됐다.오는 99 년이면 독립국가를 갖게된다는 희망에 들떠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다시 깊은좌절과 울분에 빠진 가운데 새로운 폭력사태를 경고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는 전임 노동당 정부가 팔레스타인측과 공들여 쌓아놓은.땅과 평화의 교환원칙'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탄생했다.정권의 뿌리 자체를“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거공약에 두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3월 예정이었던 헤브론 철군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던 네타냐후는 올들어서 헤브론 철군은 양보하는 대신 올 9월로 예정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의 완전철군 시기를 오는 99년5월까지 20개월이나 연기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의 최종지위에 관해서도 완전 독립국가 대신“자체적으로 국정을 처리하되 안보는 이스라엘에 맡기는 제한된 주권국이 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네타냐후의 강경자세에 비춰 올해도 중동평화 과정에 극적인 돌파구가 열리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그렇다고 네타냐후가 무한정 강경으로 치달을 수만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등 국제사회의 압력도 부담이지만 결국 팔레스타인이나 주변아랍국들과 무력충돌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를 찍어준 이스라엘 국민들에게서도 갈등보다는 평화를 바라는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무엇보다 주변국들과의 긴장고조로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95년 7.1%에 달했던 국내총생산(GDP)성장률■ 96년에 4.
4%로 곤두박질했다.
주변 아랍국들은 네타냐후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경제협력을 속속중단하기에 이르렀고 다른 나라들도 정정불안을 이유로 투자계획을축소하고 있다.이 때문인지 네타냐후도“평화정착을 위한 대화노력을 계속하겠다”며 퇴로는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 다.결국 네타냐후의 속셈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양보폭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자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향후 네타냐후의 선택폭과 그 속도는▶팔레스타인과 주변 아랍국들의 대항 강도▶긴장완화를 바라는 이스라엘 국민들의압력 정도▶중동문제 해결사를 자임하는 미국의 중재노력 정도등에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러나 네타 냐후가 이같은 주변상황에 굴복하기까지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 시기가 오슬로협정이 정한 항구적 중동평화 과정의 최종단계인 99년께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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