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측과 첫 공식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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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차 방미한 이명박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측 대표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짐 리치 전 하원 아태소위원장을 만났다. 오바마 당선인은 G20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을 공동 대표로 파견했다. 이 대통령이 오바마 당선인 측과 공식 회동한 것은 처음이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빌 클린턴 정부의 마지막 국무장관을 지냈고, 미 국무장관으론 처음 북한을 방문했다. 아이오와주에서 30여 년간 하원의원을 지낸 리치 전 의원은 하원 외교위에서 한반도를 관장하는 아태소위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회동은 30분간 이뤄졌고,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방안 등 다양한 분야의 상호 관심사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 측 요청에 따라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이 대통령과의 만남은 오바마 당선인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오바마 당선인 측이 취임에 앞서 각국 정상들과 만나 입장을 듣는 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그런 탓에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한·미 공조 방안과 함께 북핵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21세기 전략적 동맹 관계 강화 방안 등이 한꺼번에 의제에 올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회동 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스트로브 탤벗 소장과 게리 세이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 등 연구소 측 인사 7명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을 설득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 FTA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는 사안이기 때문에 경제적 관점뿐 아니라 한·미 동맹 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리하기를 기대한다. 나도 이전 정부의 한·미 FTA 합의를 이어받아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 왔다. 상당수 연구원이 오바마 당선인의 참모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 차기 정부 외교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연구소 측 인사들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고, 북한이 과도한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이들은 또 “북핵 문제 해결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며 “특히 (북핵 해결을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긴요하다”고 말했다.

◆앨 고어 “오바마는 한국 중시”=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15일 “오바마 당선인이 한국을 매우 중시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도 많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초청으로 방한한 고어 전 부통령은 이날 총리공관에서 한승수 총리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클린턴 행정부 당시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사들이 기용될 것이기 때문에 양국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워싱턴=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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