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임금동결,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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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기업이 임금을 동결하고 남는 돈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에 쓰자는 방안이 경제 5단체에 의해 제시됐다. 그러나 노동계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도 실질임금 하락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평행선을 긋고 있다. 대기업 임금동결이 정규직 근로자의 양보를 의미하지만, 안팎의 심각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본다.

지금 국내기업들은 극심한 내수침체로 악전고투하고 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대로 정규직 임금을 10% 이상 올리고,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5% 수준으로 올린다면 기업경쟁력은 더 곤두박질칠 것이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 갈 길은 뻔하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임금이 문제라고 한다면 경쟁력에 손상이 안 가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양보를 해야 한다. 세계적 기준으로도 높은 수준인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을 먼저 동결하자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노동계도 이젠 국가경제와 근로자의 장기적 이익을 헤아려야 한다. 미국 노동계에서 지난해 노조의 41%가 임금동결에 서명했다. 높은 임금 때문에 국내 공장이 문을 닫고 설비가 해외로 이전되면 결국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조엔이 넘는 순익을 낸 일본 도요타 자동차와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낸 포스코의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한 것도 기업경쟁력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과 정부도 협조해야 한다. 우리가 OECD 30개국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현실은 시정돼야 한다. 기업은 재투자를 위한 유보선을 정해 그 이상 이익이 날 때는 종업원에게 배분을 약속해야 한다. 정부도 비정규직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 인프라가 취약해 임금에만 매달리는 우리 실정을 감안한 적극적인 보완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계와 기업.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다만 지금 상황은 대기업의 노조가 먼저 임금동결에 앞장서 주는 것이 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