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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프리즘>영화데뷔 재무장 탤런트 배용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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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스타에게는 신(神)과 상품 이미지가 동시에 존재한다.대중들로부터 추앙받는 신화로서,거대자본과 결합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서그 이미지의 영향력이란 가위 무소불위라 할 정도다.하지만 그 수명은 영향력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새 얼굴이 등장하면 지푸라기처럼 무기력하게 스러지게 마련.그래서 이런 속성을 간파한 스타들은 무서울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또 그런 스타만이 진짜 별이 되어 하늘에 남게 되는 것이다.브라운관에 데뷔한지 이제 겨우 2 년을 넘긴 탤런트 배용준(26).정축년 소띠해에 처음 그를 등장시키는건 이런 자기관리에서 외모와 달리 소와같은 진중함과 우직함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편집자註] 제 그를 신인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다.94년 KBS.사랑의 인사'로 전격 데뷔한 이래.젊은이의 양지'.파파'에 이어.첫사랑'으로 인기정상가도를 달리는 배용준.
갈색 뿔테안경에 늘 기분좋은 따뜻한 미소,여기에 부드럽고 나지막한 목소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96년은 배용준의 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난해그의 활약은 돋보였다.
방송연예주간지.TV저널'이 방송담당 기자들과 방송사 PD 1백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96 연예계 최고스타'에 당당히 1위로 선정된게 이를 웅변한다.
96년 KBS연기대상에서는 압도적 표차로 시청자 인기상을 받아 부러움을 샀다.KBS는 95년 그에게 신인상을 준데 이어 96년에는 우수연기자상을 주며 보물처럼 애지중지하고 있다.
CF는 어땠나.한 회사와만 1년 전속에 4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를 받으며 광고모델 10걸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뿐 아니다.가장 결혼하고 싶은 남자,축제때 가장 파트너로 삼고싶은 연예인등 각종 설문조사에서 그의 이름은 늘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그가 이렇게 두각을 나타냈던 이면에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뒤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대본을 정독하기로 유명하다.자신이 등장하는 곳에 야광펜을 쳐놓고 메모를 꼼꼼히 한뒤 달달 외운다.무슨 고시공부하느냐고 놀리는 사람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녹화하다가도 마음에 안들면 다시 찍자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그가 출연 하는.첫사랑'의 작가 조소혜씨는“어떤 배우들은 1주일내내 놀다가 녹화하러오지만 용준이는 1주일내내.찬우'예요.게다가 대본의 심리묘사가어렵다싶으면 꼭 어떤 감정인지 물어보곤 해요”라며 기특해한다.
CF도 자신의 이미지와 맞는다고 생각해야 응낙한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계산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자신의이미지를 중요시한다는 얘기다.
그가 지난 여름.첫사랑'을 찍으면서 완전한.변신'을 선언했다.지금까지의 자상하고 섬세한 부잣집 외아들 이미지를 벗어던지고짧은 스포츠 머리에 싸움질을 일삼는,하지만 깊은 속내를 지닌.
남자'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진짜.찬우'가 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은 것같아요.
특히 터프한 인상을 주기 위해 대사를 강하게 발음하는 것은 지금도 잘 안돼요.” 그래도 그의 이런 노력으로 인해 연기력은 눈에 띌 정도로 좋아졌다는 평을 들었다.
“수줍음 잘타지,남앞에 나서는 것 싫어하지,말주변도 별로 없지,사실 인성적으로 엔터테이너라 하기엔 약하다.하지만 일하는 자세는 도저히 요새 젊은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진지하다.그것만으로도 큰 그릇이 될 수 있다.”.첫사랑'이응진P D의 칭찬이다. 그는 인기의 거품을 안다.그래서 쇼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은 삼간다.지금까지 프로그램별로 한번정도씩 예의상 출연했을 뿐이다.그나마 KBS 아닌 다른 방송사는 정중히 거절했다.팬들이 자신에게 거는 환상과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 느 정도 베일에 싸여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신 틈날 때마다 운동을 한다.1주일에 세번은 한강 둔치를 뛰고 볼링을 즐기며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빼먹지 않는다.그의 바른 인사성도 이미지 관리에 한몫한다.스튜디오에서도 처음보는 사람이다 싶으면 꾸벅 인사부터 한다.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고기집..첫사랑'팀의 송년회가 열리는 자리였다.계속 잔을 받아 불콰해진 얼굴의 배용준은 선배들의 잇따른 칭찬에 몸둘 바를 몰랐다.
“용준이 저녀석말야,그래도 내가 선배라고 어려운가 봐.내가 있으면 꼭 탈의장 구석에 들어가서 외우더라구.” 겹치기 출연도사양이다.한번에 한 작품씩 전력투구하겠다는 지론이다.본인은“능력이 부족해”라고 말하지만 조금만 유명해지면 여기저기 얼굴을 내미는 연예계에서 그의 이런 생각과 태도는 확실히 차별된다.그가 충무로 영화판에서 팸플릿을 돌 리면서 영화공부 했다는 것은잘 알려진 사실이다.좋은 영화 한편 해보겠다는 것은 그의 영원한 꿈이다.그리고 그 꿈은 올 하반기 첫 결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는 3월.첫사랑'종영을 앞두고 요즘 영화사들은 배용준 모시기에 몸이 달아 있다.
특히 2월말을 전후해 촬영에 들어가는.남자의 향기'(감독 장현수).영배이야기'(감독 유상욱).접속'(감독 장윤현)의 제작사들은 더욱 그렇다.거론되고 있는 몸값만도 신인으로서는 전례없는 액수인 1억5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는 실정.하지 만 정작 그는 아직 구체적인 접촉은 없었다고 말한다.이미 한차례 영화출연꿈이 무산된 적이 있는 그로서는 작품선정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첫사랑'이후 좀 쉬면서 .느낌'있는 작품을 고르고 싶다는 것이 지금 생각이다.굳이 택하라면 멜로와 액션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꼽는다.인간 내면에 잠재돼 있는 선.악을 동시에 표현해보고 싶은 바람이다.
지난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그는“큰 빚이라 생각합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말로 수상소감을대신했다.그.빚'을 갚기 위해 그가 올해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것인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정형모 기자 〉 <배용준 약력> ▶71년 8월29일생▶92년 한영고 졸업▶93년 합동영화사 스태프▶KBS 미니시리즈.사랑의 인사'(94년)..젊은이의 양지'(95년)..파파'(96년)..첫사랑'(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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