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국 개방압력 아시아로 쏠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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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경제.무역 각료팀이 새 진용을 갖췄다.최근의 인선이 집권 2기를 맞는 클린턴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전망해 보고자 한다.
향후 미국 통상정책의 근본기조는 클린턴 대통령의 지난 임기 후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지난번 대통령 선거전에서 통상관련 문제는 핵심이슈로 다뤄지지 않았다.봅 도울과 빌클린턴,두 명의 후보 모두 자유무역 옹호론자들이 었기 때문에 여기에 관해 두드러진 이론(異論)은 없었다.
또 현직의원들이 대부분 지난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하원의원23명,상원의원 2명만 자리를 지키는데 실패했을 뿐이다.이같은선거결과도 통상정책이 옛 기조를 유지하는데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이와 함께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번 임기를 통해 의료복지 개혁처럼 정책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이 행정면에서 큰 어려움이따를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경험했다.
그러나 미국 무역정책은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우선미국 행정부는 미국산업과 기업들에 이익을 안겨주고 있는 각종 조약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다.예컨대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출범한 이후 2년여의 기간중 20건이 넘는 제소를 통해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둘째는 미국이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아시아의 경우 미국의 시장점유율은 80년 중반 17.5%에서 현재 13% 수준으로 떨어졌다.반면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점유율은 증가했다.따라서 미국관료들의 집요한 개방공세가 이어질 것이다.수출을 늘리기 위해 미국 행정부가 주요 무역상대국에 대한 개방압력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에는통상마찰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또 미국 행정부내에서 무역대표부(USTR)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점도 마찰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우선 샬린 바셰프스키 USTR의장은 클린턴 대통령의 신임을 얻는데 성공했다. 대통령도 주요한 통상사안에 대해 바셰프스키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이다.이 분야에 관해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그녀는 무역문제에 관한 미국측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미키 캔터는 관직을 떠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경제회의(NEC)의장으로 새로 임명된 진 스펄링은 아직 노련한 정책입안가라는 평을 얻지 못하고 있다.무역정책보다 국내경제에 정통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윌리엄 데일리 신임 상무부장관은 통상관계에 어두울 뿐 아니라 정책결정에서 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셰프스키가 미국의 통상정책을 자기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예를 들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부 장관은 USTR를 견제할 수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만약 올브라이트 장관이 집권2기 클린턴 행정 부에서 핵심인물로 부상하면서 동시에 통상정책 결정에도 참여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USTR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샌디 버거 국가안보회의(NSC) 의장도 전임자인 앤서니 레이크와는 달리 통상정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그의 지론은 국가 안보와 경제가 서로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로버트 루빈 재무부 장관도 통상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다.미국 국내경제 문제로 여력이 없지만 현 시점에서통상정책 결정과 관련해 클린턴 행정부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행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꼽힌다.
한.미 양국간의 무역 마찰은 미국 기업의 불만이 원인이 되어발생한다.따라서 양국간 무역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문제는 미국의 대한(對韓) 통상정책 방향보다는 미국 기업이 어떤 식의 이의 제기를 얼마나 하는가에 달려있다 .따라서 97년의 양국 무역관계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올해는 무역 마찰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가있다.그것은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시장 개방압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는 것이다.더욱이 이런 압력은 한국이 심각한국제수지 적자 위기를 겪는 와중에 가해질 전망 이다.
***우리 의도 설득 중요 한국은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사치.수입 소비재 구매를 억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일지 모른다.만약 정부 주도로 그같은 대응이 이뤄질 경우 양국간 무역 갈등은틀림없이 악화될 것이다.과거의 과소비 억제 캠페인등은 양국간 갈등을 심화시 키는 큰 원인이 됐었다.
따라서 한국정부로서는 그같은 움직임이 한국 경제가 안정을 찾기 위한 것이지 수입을 아예 않겠다거나 유독 미국만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집권2기를 맞는 클린턴 행정부는 현재 수출을 늘리기 위해 개방 압력을 강화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따라서 한국의 의도를 미국의 정책 결정가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다.
김석한 在美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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