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담당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신인 4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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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통과의례가.시집살이'만큼 힘든 연극계에서 신인 티를 벗으려면대략 5~10년 이상은 묵어야 하는게 보통이다.
신인으로 주변사람의 눈에 쉽게 띄기도 힘들지만 잘하더라도“일단 두고보자”며 평가를 유보하는 경우가 많다.쓸만한 연기자나 연출가로 인정받기까지는 그만큼.시어머니 교육'의 시련기가 필요한 것이다.
연극협회 월간지.한국연극'은 97신년호 특집용으로 연극담당 일간지 기자 10명에게 물어.올해의 신인'4명(연출.극본.남녀연기 각 1명)을 뽑았다.뽑힌 인물들 중에는 벌써 4~5년씩 된.중고신인'도 있지만 아직 신인은 신인이다.연 출가로 선정된이는 장기흥행작.비언소'의 박광정(34).TV드라마.신고합니다'(KBS2)의 악질 하사관하면 더 잘 알겠지만 그는 연극계의촉망받는 30대 꿈나무다.연기.연출에 다 능하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연우무대의.마술가게'(92년 백상신인상 수상)로 데뷔했다.코믹연기를 지향하는 그의 연기스타일처럼 연출도 이 쪽에 강점이 있다..마술가게'나 변소간 이야기를풍자한.비언소'둘 다 빠른 템포의 매우 웃기는 코미디.흥행도 곧잘 성공시킨다.
극작분야에서는 단연 오은희(33)의 독무대였다.조광화.김윤미등 같은 또래의 작가들이 점차 부상하고 있는 중에서도 오씨는.
다작=저질'의 등식을 깨고 일취월장하고 있다.
올해만도 창작과 각색을 합쳐 모두 8편을 쏟아냈다.특히.사랑은 비를 타고'.쇼코미디'.사랑에 빠질 때'등 뮤지컬 창작과 각색에서는 독보적이다.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출신으로 그동안창작극 .동숭동연가'.결혼일기'.번데기'등이 거 푸 성공하면서인정받기 시작,이제는 이윤택.박지일.송강호등 연극계 부산출신 인맥의 중추로 성장했다.그의 장점은 쉼없는 정열과 시류를 읽는탁월한 감각.그러나 극작의 튼튼한 토대가 되는 정통극 경험이 아직은 얕아 일말의 불안감이 없지 않다.
뮤지컬 대본을 쓰면서“흥행의 일정 부분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고통”이라고 말했다.
남녀 연기자로는 극단 연우무대의 유연수(31)와 극단 미추의오보현(24)이 뽑혔다.
현재.날 보러와요'에서 박형사로 출연중인 유연수는 박광정과 같은 시기에 데뷔,이제는 연우무대의 대표주자로 통한다.묵직한 주인공역으로 선 경험은 없지만 신인답지않게 연기가 안정됐다는 평이다. 여배우 오보현은.최인훈연극제'의.봄이 오면 산에 들에'로 빛을 보았다.올 서울연극제에서.달래'역 더블캐스트였던 동료 한혜수에게 밀려 신인상은 타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로 만회했다.중앙대 국악과(가야금전공)출신으로 김성녀씨에게 발탁돼 배우가 됐는데“평생동안 기량을 갈고 닦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미추의 성향에 맞는 심청이나 춘향은 해보았지만 줄리엣같은.신여성상'을 연기해 보는게 소원이라고 한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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