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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北 경제사정 내년에도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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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7년중 북한이 가장 관심을 기울일 일은 무엇보다 김정일(金正日)의 공식 권력승계일 것이다.권력승계 분위기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현재로선 단정키 어렵지만 7월로 김일성의 3주기가 만료되므로 더이상 미룬다는 것도 쉽지 않다.
노동당 총비서와 국가주석직을 다 승계할 것인가 하는 것과 효율적인 권력 장악을 위해 헌법개정을 포함,기구개편 등을 단행할것인가 하는 점도 관심사다.한가지 확실한 것은 경제난과 대미(對美)관계 개선등 현안이 풀려야.대관식(戴冠式) '을 원만히 치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사정은 내년에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93년 끝난 3차 7개년계획의 실패로 설정한.경제완충기'마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계획이 나와야 하지만 이렇다할조짐도 없다.심혈을 기울인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 지대의 개발도사회간접자본 부족등의 문제에 봉착,진척을 기대할 처지가 못된다. 악화되는 식량난에 따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한 지역간 이동이 잦아지는등 통제장치가 풀린듯 했으나 잇따른 탈북사태는 내부통제와 탈북자 방지를 위한 국경경비 강화에 나서게 할 것이다.
북한의 군사력 강화와 대남 정찰노력은 지난 9월 발생한 강릉잠수함침투사건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것이다.단기전 전략에 입각한비정규적인 군사훈련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AN-2기나 땅굴.
잠수함을 동원한 특수전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줄어들 상황이 아니다.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96년과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총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대미접촉의 중요한 목표중 하나는 한.미공조의 와해다.잠수함 사건에 대한 사과 문제까지도한.미관계의 이간을 꾀하는데 활용한 북한이다.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와 대미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을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한편 체제안보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꾸준히 추진할 전망이다.북한은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지원을 간절히바라고 있다.식량과 원유.코크스가 없이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최근 재개된 일본과의 접촉에서 보듯 일본과 의 관계 개선과경제지원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일본은 올 벼농사 풍작으로 잉여곡물의 처리에 고심하고 있는 바 남북관계 진전 속도에 따라 일본의 대북식량 원조도 충분히 짐작가는 일이다. 남북관계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에 머무를 듯하다.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고 오히려 긴장조성을 통한 내부단속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남한을 배제한 대미 접근을 위해 판문점등지에서의 도발을 재차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정치적인 이유로 단절된 남북경협도 선별적인 남한기업 유치 등으로 정부와 기업간의 갈등을 유도할 여지가 있다.
남한의 대선과 북한의 권력승계.경제난으로 내년 한해는 남북한모두에.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다.과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서로의 필요성에 따라 제한된 접근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권민웅<북한문제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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