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구시, 어지러운 간판 손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대구의 도심 상권인 동성로 모습. 대구시가 간판 가이드라인을 마련함에 따라 이곳에 어지럽게 붙어 있는 간판이 내년 중 말끔하게 정비된다. [홍권삼 기자]

10일 대구시 동성로. S가게에는 간판이 다섯 개나 붙어 있다. 커다란 가로 간판 두 개에 세로로 붙여진 간판도 세 개다. 맞은편 D점포에도 네 개의 간판이 걸려 있다. 건물 옆에는 긴 세로형 돌출 간판이 3개 층에 걸쳐 설치돼 있다. 간판의 폭은 60㎝, 두께는 20㎝ 가량이다. 상가 건물의 한 개층을 모두 덮은 간판도 눈에 띈다. 유리창에도 상호나 가게를 알리는 문구가 나붙어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눈에 띄게 하려다 보니 간판 크기가 커지고 개수도 늘어난 것이다. 한 상인은 “간판이 잘 보여야 손님이 쉽게 찾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창수(32·회사원)씨는 “간판이 너무 무질서하게 붙어 있다”며 “눈에 잘 띄면서 모양도 예쁜 간판으로 통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질서하게 붙어 있는 간판들이 말끔하게 단장된다.

대구시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간판 정비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는 이를 위해 최근 ‘대구시 간판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시는 이를 8개 구·군에 보내 조례로 제정토록 했다.

구·군은 내년 상반기까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과 시행령에 따라 광고물을 정비할 구역(특정구역)을 지정하는 ‘특정구역지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1년 육상선수권대회 이전까지 시범 정비사업을 벌이도록 했다.

간판 가이드라인은 간판의 수량과 규격을 제한해 도시 미관을 살리면서 인접 건물의 간판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업소당 설치할 수 있는 간판의 총수량은 2개 이내다. 상호·브랜드명·상징도형 등 최소한의 정보 외에 메뉴·가격·상품사진 등은 간판에 표시할 수 없게 된다. 또 옥상간판·세로형간판, 점멸 또는 화면이 변화하는 네온·전광류의 간판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김창엽 대구시 공공디자인담당은 “깔끔한 도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현행 법령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며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은 없지만 구·군과 협의를 통해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첫 사례는 동성로가 될 전망이다.

중구는 동성로의 대구역 앞 대우빌딩∼대구백화점 670m에 12억5000만원을 들여 내년 상반기 중 간판을 정비한다. 이어 내년 말까지 15억원을 들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서성네거리∼계산오거리 구간에 있는 간판을 정비할 예정이다. 이 작업은 2010년 말 완료될 예정이다. 수성구도 마라톤 코스 주변의 간판을 정비할 방침이다. 이 사업에는 업소당 간판 설치비의 80% 안팎인 최고 500만원을 시가 지원한다. 나머지는 업소에서 부담한다.

이재근 중구 광고물담당은 “일부 반발하는 상인도 있지만 대다수는 정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간판 정비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해 대구의 얼굴인 중구의 모습을 바꿔 놓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