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퇴직때 미소짓는 할리우드 흥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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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근 마이클 오비츠가 월트디즈니 사장직을 물러나면서 받은돈이 주식 옵션을 포함해 무려 9천만달러에 달해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해 8월 부임해 뚜렷한 족적도 없이 1년 남짓 일한 대가 치곤 너무 많지 않느냐는 이야기다.오비츠의 액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할리우드의 흥행사 노릇을 했던 최고경영자가 거액의.퇴직금'을 챙기는 일은 이미 관행화됐다.왜 그럴까.스카우트비용도 아니고 그만두게 하는 비용이 흥행산업에서 유독 천문학적 수준으로 뛴 원인은 무엇일까.
이유는 한가지다.회사를 떠나도 그 업계를 떠나지 않는 경우가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선 뒷말 많은 흥행업계의 속성상 떠나는 사람을.과묵하게'만들어놓지 않으면 재직시절 비화(비話)를 시시콜콜 까발려 시끄러운 루머가 만발할 우려가 있다.오비츠 같은 거물은 필시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돼 디즈니가 벌이는 비즈니스의 협상 파트너가 될가능성도 농후하다.
디즈니가 오비츠의 방출을 발표하면서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과의불화설을 진화하려고 장황한 배경설명을 곁들인 것도 이런점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흥행업계는 영화나 대중음악 스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터여서 이들과 끈끈한 인간관계를 갖고 있는 오비츠와 같은 흥행사들이 사업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영화 한편 출연료가2천만달러에 달하는 배우가 이미 여럿인데 이들을 좌지 우지하는매니저에게 단 몇푼만 쥐어준다면 일이 잘될리 없다.
실제로 많은 영화사들은 거물급 흥행사에게 큰 돈을 쥐어주고 내보내면서“대작영화 한편 만들었다 흥행에 실패한 셈 치자”고 치부해.정신건강'을 도모하기도 한다.
할리우드의 유명 프로모터들 입장에선 어차피 흥행실적에 따라 신분이 불안정한 철새족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잘 나갈때 되도록많이 챙겨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올초 바이어컴의 섬너 레드스톤 회장과 결별한뒤 캐나다 시그램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이적한 프랭크 비온디는“우리(흥행사)상당수는 원해서 회사를 떠난게 아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소액 주식투자자들은 거액의 퇴직금 관행이 불만이다.월트디즈니 주식 38만5천주를 갖고 있는 한 연금펀드측은“떠나는오비츠에게 그토록 많은 돈을 줘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어쨌든 할리우드 최고경영자의 퇴직금은 새 기록을 경신해나갈 조짐이다.94년 월트디즈니를 떠나 현재 드림워크 공동창업주로 있는 제프리 카첸버그가 재직 10년간 그가 일군 영화.TV 프로그램으로 디즈니가 향후 벌어들일 수익을 일부 내 놓으라면서 무려 2억5천만달러의 보너스 청구소송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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