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몸싸움에 밀린 법안처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5대 정기국회가 끝내 몸싸움 속에 폐회됐다.국회의장실을 점거하고 국회밖 음식점에서까지 격투를 벌이는 추태를 연출한 끝에안기부법개정안 등 밀린 법안처리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안기부법개정안 처리가 추태의 발단이었다.우리는 안기부법 개정을 놓고 여야가 왜 이렇게 극한의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우리는 이미 이 법의 개정은 우리의 안보여건상불가피한 것이며,이미 달라진 우리의 정치의식과 환경 으로 볼 때 이 법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리란 야당의 우려는 지나친 걱정이라는 점을 수차례 지적했다.그럼에도 야당은 마치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 정치적 악법(惡法)을 저지하듯 결사적이었다.
대북(對北)수사기능을 복원(復元)해 우리의 안보여건을 단단히하자는 취지의 이 법안을 놓고 야당이 이렇게 극한투쟁을 벌이는것 자체가 우리정치의 한계다.사안 자체가 토론과 설득으로도 해결이 가능한데도 막무가내로 강행과 극력저지로 충돌한다.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여야 모두가 비판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사실 15대 국회가 출발할 때 이번 국회는 과거와는 달라지리라는 국민적인 기대가 있었다.의원의 절반가량이 초선으로,선거운동과정에서 정치개혁을 주창한 이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지리라 믿었다.
이번 정기국회가 그런 점에서 점수를 따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현장방문.팀플레이 등을 통해 내실(內實)이 보다 다져진 국정감사,수준 높아진 정책질의,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비준안의 표결처리 등 국회가 성숙된 모습을 일응 보 여줬다.다만제도개선특위와 예산안을 연계시켜 예산을 지연처리한 점,그리고 의원들의 기득권수호를 위해 선거법을 개악(改惡)한 점 등 질책받아 마땅한 점도 있었다.
여당은 곧 임시국회를 소집해 안기부법을 처리할 방침이다.우리는 자민련이 이 법을 반대하다가 수정통과시키기로 입장을 바꾼 것을 참조할 것을 권고한다.국민회의가 이 법의 정치적 악용을 걱정한다면 이 걱정을 해소해줄 수 있는 방안이 나 올 수 있다고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