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의 강국은 역시 유럽이다. 최근에는 일본이 급부상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은 도쿄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후반 일명 ‘도시 재생 정책’이 기점이 됐다. 버블 경제의 붕괴와 함께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 정부가 그 타개책으로 ‘도시에 디자인’이라는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2002년 도쿄역 앞 마루노치 빌딩을 시작으로 모리그룹의 롯폰기 힐즈(2003), 오모테산도 힐즈(2006), 미드타운과 신마루노치 빌딩(2007) 등 최첨단 초대형 건축물이 속속 들어섰다. 안도 타다오, 구로사와 기쇼 등 일본의 스타 건축가들이 총동원됐다. 거리와 건축의 표정이 바뀌자 그를 보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건축과 관광의 명소로 새롭게 부상하면서 지역경제마저 함께 살아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도쿄의 도시재생이 지나치게 국제화 전략에 치중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상업적 화려함이나 규모 못지않게, 지역의 역사성, 주민과의 소통, 공동체·민간주도에 무엇보다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디자인은 우리 사회에서도 주요 화두다. 최근 열린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엑스포’에서 ‘공공디자인 대상(공공기관 부문)’을 받은 안양시는 재수 끝에 대도시들을 제치고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주요 문화시설을 15분 안에 연결시켜, 산업도시에서 자족적 문화예술도시로 탈바꿈한 컨셉트가 호평받았다.
부산 문현동 벽화사업도 눈길을 끌었다. 서민 동네 주민들의 벽화작업으로 동네가 아름다워진 것은 물론 구경 오는 이들마저 생겨 1석2조의 주민 참여형 공공디자인이다. 지자체의 치적에 충실한 과시적인 공공디자인보다 시민의 일상에 밀착한 것이 진정한 공동체 디자인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