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공·가로채기 … 주희정, 한 발 빨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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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정(30)이 상대의 혼을 빼놓는 ‘스피드 농구’를 펼치며 KT&G에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안겼다. KT&G가 6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전자랜드에 100-99로 이겼다. KT&G는 2승1패를 기록, 공동 2위에 올랐다.

개막 후 2연승을 달리던 전자랜드를 만난 KT&G는 가드 싸움에 사활을 걸었다. 주희정이 앞장섰다. 주희정은 19득점·8어시스트·3스틸로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그는 특유의 속도전을 펼치며 경험 없는 전자랜드 가드들의 얼을 빼놓았다. 전자랜드의 2년차 가드 정병국, 루키 강병현은 주희정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1쿼터는 패기를 앞세운 전자랜드가 25-18로 앞섰다. 하지만 주희정이 2쿼터부터 힘을 냈다.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 개인 속공을 시도해 득점을 쌓았다. 적극적인 일대일 돌파로 파울까지 얻어냈다. 전반이 끝났을 때 KT&G가 55-53으로 리드를 빼앗았다.

3쿼터 주희정이 경기를 끝내겠다는 듯 덤볐다. 전자랜드 강병현·정영삼이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실책을 연발했다. KT&G는 3쿼터 한때 74-60, 14점 차까지 점수를 벌렸다. 전자랜드는 4쿼터 반전을 노렸다. 주희정이 4반칙으로 물러난 사이 맹공을 퍼부었다. 경기 종료 1분39초 전 98-95까지 추격했다. 이때 주희정이 다시 힘을 냈다. 전자랜드의 빈 틈을 파고들며 그림 같은 레이업슛을 성공해 한숨 돌렸다. 종료 6.7초 전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다. 100-99에서 전자랜드의 공격권이었다. 전자랜드는 정병국이 돌파를 시도하며 득점을 노렸다. 이 때 주희정이 스틸을 성공시켰고 승부는 끝났다.

잠실에서 열린 삼성-LG전은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는 속설을 증명한 경기였다. 양팀은 전자업계 라이벌 대결로 경기 전부터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서는 라이벌 의식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투지도 실종됐다. 양팀 선수들은 턴오버(양팀 합계 39개)를 남발했고 외국인 선수의 개인기에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으로 박진감마저 떨어졌다. 혼자 38점을 몰아넣은 테렌스 레더의 ‘원맨쇼’에 힘입어 삼성이 LG에 78-73으로 승리하며 2승1패를 기록했다.

문승진 기자, 안양=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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