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賞 수상作 표절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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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은 드라마는 지구상에 7개뿐이다.”이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은 고대 그리스에서조차 남의 것을 흉내내지 않은 무균질 원작이 흔치 않았음을 말해준다.
최근.프랑스 지성'의 상징인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표절시비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문제의 진원은 지난 11월 아카데미프랑세즈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카메룬 출신 프랑스 여류작가 칼리데 베얄라(36)의 소설.실추된 명예'가 영국 부커문학상 91년 수상작.배고픈 길'의 표절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
파리에 정착한 한 아프리카 처녀의 삶을 통해 흑인과 여성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인간으로서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는 처절한 투쟁을 그린 이 소설은.프랑스 아프리카문학에 새 장을 연 기념비'란 평과 함께 아카데미 프랑세즈에 의해 96년 대상작(상금 약 4천8백만원)으로 선정됐다.“아카데미 프랑세즈 심사위원들은부커상 수상작도 안읽었단 말인가.”최근.실추된 명예'가 자신의소설.배고픈 길'을 모방한 사실이 밝혀지자 저자 벤 오크리(37)는 영국언론들을 통해 이렇게 항의하고 나섰다.
나이지리아출신의 오크리는 유럽에서는 널리 알려진 중견작가로.
배고픈 길'은 세계 15개국어로 번역되기도 했다.아내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한 남자의 삶을 그린.배고픈 길'은 줄거리와 등장인물에서.실추된 명예'와 유사점이 많다는게 문학평 론가들의 지적이다.프랑스의 문학지.마가진 리르'의 편집장 피에르 아술린은구체적 장면과 대사까지 중복되는 점을 들어 명백한 표절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베얄라는“평소 오크리의 작품들을 즐겨 읽는 것은 사실”이나 표절시비는 프랑스 우파들의“흑인과 여성에 대한 인종차별 음모”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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