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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지막 濕地 둔촌동일대 6천여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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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옹달샘에서 솟아난 실개천에 줄풀.고마리.미나리가 소담스럽게 자라고 물가에는 물억새가 바람결에 하얀 손짓을 하는 곳.
한적한 시골에서도 이런 습지를 찾기 힘든 것이 요즘이지만 서울에 이런 곳이 남아있어 눈길을 끈다.서울의 남동쪽 끝인 강동구둔촌동 주공아파트단지와 뒤편 언덕 사이에 위치한 6천여평의 그린벨트 지역.
도로와 아파트에 둘러싸여 작은 섬처럼 살아남은 이곳에 8백여평의 앙증스러운 규모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완벽한 습지 생태계가 숨어있다.
겉으로는 잡초만 무성하지만 겨울에도 발목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다.주변에는 습지와 산림 생태계의 중간 특성을 보여주는 오리나무.물박달나무가 서울에서는 보기드물게 자생하고 있다.
이들 나무 2종(種)이 이루는 숲의 면적도 8백여평에 이른다. 이 지역에 대한 생태조사를 벌인 서울시립대 이경재(李景宰.
조경학)교수는“규모는 크지 않지만 습지 생태계가 잘 발달된 귀중한 공간”이라며“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습지인 만큼 자연학습장으로 보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이곳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 위기에 처했다.
지난 가을 강동구청이 아파트 담장을 따라 폭 15의 도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주민들이 이 습지를 휴식공간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로를 만든다는 것이 구청측의 설명이지만 상당수의 주민들은 크게반발하고 있다.
이 아파트 주민인 최경희(崔慶姬.59.여)씨는“지금도 3면이도로로 둘러싸여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는데 공원을 만들겠다며 귀중한 습지를 파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다”고 말한다.
아파트 동대표 회장 문해인(文海仁.46)씨도“굳이 도로가 필요하다면 많은 돈을 들여 필요없는 도로를 내기 보다는 기존 도로를 넓히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강동구청 관계자는“아직 최종결정이 나지는 않았다”며“주민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정할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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