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8세 소녀의 난민생활 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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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3일 오후7시 르완다 기세니 지역과 자이르 고마 지역이 마주보고 있는 국경초소인 페티트 바흐예흐.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제공한 트럭에서 내린 수천명의 난민중 누더기 옷을 걸친 맨발의 소녀가 겁먹은 표정으로 대열에서 이탈 하지 않으려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소녀는 고아원에서 자신의 이름이 무카누사가라(8)라고만 밝힌뒤 유일한 재산인 누더기 겉옷을 손에 꼭쥔채 더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다음날 고아원 보모인 부밀리아(25.여)에게 밝힌소녀의 짧은 인생은 르완다 사태가 빚은 비극 그 자체였다.
2남2녀의 둘째였던 무카누사가라는 어머니.형제들과 함께 수십만명의 후투족 난민 속에 묻혀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어머니가 원인모를 병으로 숨을 거뒀고 국경근처에서 여동생 카쿠제마저 피난인파에 밀려 헤어지고 말았다.부모는 물론 친척도 없는데다 오빠마저 나이가 어려 외국 자원봉사단체들이 매주 수요일 1주일치를 배급하는 식량을 난민촌 어른들에게 자주 빼앗겨 1주일에 한두끼 밖에 식사를 하지 못했다.자이르 반군이 난민수용소를 공격,이들 3남매는 비룽가 밀림 속으로 다시 버려졌다.
한달동안을 하늘과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밀림에서 생활해오던 소녀는 오빠와 남동생마저 잃고 말았다. 남동생이 병으로 죽고 유일한 혈육으로 남은 오빠마저 밀림을벗어나기 직전인 11월말 자이르 반군의 공격을 피하다 지뢰를 밟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숨졌다.
이 어린이는“투치족과 후투족이 왜 싸웠는지 아느냐”는 기자의질문에“배불리 식사하면서 학교를 다니는게 꿈이지만 가족들 생각만 하면 자꾸 눈물이 나온다”고 엉뚱한 답변을 하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르완다=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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