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맨들 청와대 회동 촉각 곤두세운 한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자신의 경선 캠프였던 안국포럼 출신 의원 12명과 만찬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나라당 내에서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본지 11월 3일자 6면>

연말 또는 연초 인재 재배치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비중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친정(親政) 체제론’이 힘을 얻어가는 와중에서다. 이날 회동을 계기로 친이계의 재결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이 회동 자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거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두 사람의 거취는 현재 여권 내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길지 않았다. 강 장관을 두곤 지나가듯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애썼다”며 칭찬했다고 한다. 그러곤 “내가 (강 장관과) 친해 (경질)하지 않는 줄 아느냐.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처럼 시켜놓은 게 많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강 장관을 칭찬한 건 4년여 만에 처음 본다”고 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을 두곤 한마디만 했다. 한 의원이 “미국에서 (이 전 최고위원으로부터)전화를 받았다”고 하자 “잘 있다고 하더냐”고 물어봤다는 것.

이 대통령의 발언 의도를 두고 당장 참석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강 장관의 거취를 두고 “재신임한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유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인재 재배치는 별건”이란 얘기도 나왔다.

이 전 최고위원을 두고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일부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여권의 구심점이 있어야 하는 필요성은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의 역할을 두곤 안국포럼 내에서도 의견 통일이 안 되는 상황인데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했겠느냐”는 반박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은 불편해 했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 주장을 두고 “과연 이 시점에서 대통령을 위해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자신도 3일 기자들의 질문에 “(이재오 복귀론은) 저랑은 관련없는 얘기예요”라고 잘라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친이계는 친이계대로 일부만 불렀다고 서운해 하고, 친박계는 친박계대로 친이계가 결집하는 게 아니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모임은 당초 국정감사 기간 중에 잡혀 있었다가 대통령 일정 때문에 1일로 늦춰졌다 한다. “힘내시라”는 차원에서 의원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의원들을 잘 만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어 가벼운 식사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