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집착 버리니 '마이너스 인생' 탈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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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배(33)씨는 배우자와 취학 전 자녀 3명을 둔 가장이다. 건설회사에서 대리로 일한다. 건설 현장을 따라 전세생활을 하다 보니 내집 마련의 열망이 강했다. 내집 마련을 한다고 과다한 대출을 받은 게 문제였다.

정씨는 2004년 현장과 가까운 성남으로 옮겼다. 전세값이 비싸 형편에 맞춰 고른 게 17평짜리 반지하방이었다. 그는 “반지하방이 어떤 곳인지 몰랐으나 아이가 피부염을 앓는 등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번듯한 내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침 부인이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가족, 특히 태어날 아이를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장만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현장 근무지가 부천으로 바뀌자 결심을 실행했다. 고민 끝에 2005년 10월 부천의 새 아파트(23평)를 분양가(1억4700만원)보다 낮은 1억2400만원에 매입했다. 하청업체가 공사대금 대신 떠안은 아파트였다. 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소개받았다. 분양가 정도까지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과감히 주택 가격의 80%를 대출받아 부족한 돈을 채웠다. 그러나 빚을 갚는 데 매달 76만원씩 지출하다 보니 월 61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한달 급여는 233만원. 적자가 발생해도 월 195만원의 생활비를 줄이기 어려웠다. 부인이 출산을 앞두고 병원비와 출산 준비 비용을 지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너스가 몇 차례 나오지만 규칙적이지 않았다. 보너스를 믿고 지출 계획을 세우기 어려웠다. 부인은 정씨 마음을 이해한 듯 생활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적자 탈출의 실마리는 부천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라는 점에서 찾았다. 본사가 있는 광주로 전근을 신청했다. 지난해 7월 주택을 팔고 광주의 24평 전세아파트(6300만원)로 옮겼다. 미련이 남았지만 금융자산을 확보한 후 내집을 다시 마련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정씨를 담당했던 김맹수 지점장 역시 “경제가 나빠지면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집을 파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주택 매입 후 2년밖에 안 됐으나 지방 전근이라는 사유가 있어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았다.

정씨는 “처음 마련한 내집을 포기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며 “아내 역시 무척 섭섭해했으나 남편의 결정을 믿고 따라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매도 가격은 분양가보다 높은 1억6000만원이었다. 조금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있어 집을 수월하게 팔았다. 요즘 부동산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때 팔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계부는 적자에서 벗어났다. 현금 흐름이 좋아졌다. 본사에 근무하면서 월급이 25만원 정도 줄었다. 그렇지만 빚은 사라지고 여유자금은 1500만원 정도 생겼다.

자영업을 하는 누나에게 매달 얼마씩 받기로 하고 1000만원을 빌려줬다. 대학 편입 계획도 세웠다. 2000만원 정도의 ‘거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자기 계발을 위해 꼭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씨는 집값이 더 떨어지면 다시 내집 마련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는 최근 셋째 아이를 얻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살기 위해 셋째를 낳았다”며 활짝 웃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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