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마라톤 이봉주 월계관 쓰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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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번 후쿠오카마라톤에는 애틀랜타올림픽 1,2위 조시아 투과니와 이봉주의 재대결에다 세계최고기록 보유자 벨라이네 딘사모(에티오피아),런던마라톤 3연패에 빛나는 디오니시오 세론(멕시코)등 세계적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한데다 코스가 평 이해 기록에대한 기대가 컸으나 짓궂은 날씨 때문에.기록없는 승부'로 마감. 특히 이날 새벽부터 불어닥친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으로 체감온도가 0도이하로 곤두박질치자 대부분의 선수들이 긴팔 언더셔츠를 받쳐입고 장갑을 끼었으며 세론등 일부 선수들은 털모자까지 눌러쓰는등.중무장'하고 레이스를 벌이기도.
…흰색 팔없는 유니폼에다 긴팔셔츠를 껴입고 장갑을 낀 이봉주는 올림픽때와 마찬가지로 태극마크가 새겨진 머리띠를 두르고 초반부터 선두그룹을 유지하며 쾌주.
정봉수감독은 투과니에 대한 설욕과 우승은 물론 1초차이로 내준 올시즌 세계최고기록(2시간8분25초.마르틴 피스.스페인)과황영조가 보유중인 한국최고기록(2시간8분9초)까지 갈아치운다는목표였으나 날씨 때문에 기록을 망쳤다고 아쉬움 을 표시.그러나투과니등 주요 경쟁자들이 더운나라 출신임을 들어“날씨 때문에 봉주가 손해볼건 없지”라며 여유있는 표정.
…이봉주와 투과니는 스타디움을 벗어나 대열이.정리'되자마자 나란히 또는 한두걸음 차이로 달리는등 서로를 의식한 레이스를 펼치기도.
…완주기록은 별로 없지만 월드스타 못지않은 대접을 받으며 국제무대를 누비는.세계적 반토막 레이서'션웨이드(뉴질랜드)가 이번 대회에도 등장.이번 대회 주최측은 그에게 왕복항공료와 체재비 일체는 물론 1만달러(추정액)의 출전료까지 지 급했으며 페이스메이커 노출을 숨기려고 초청선수 번호가 아닌 일반참가자 번호를 지급하는등 지극한 보호작전을 펼치기도.
…일본 기자들과 마라톤관계자들은 정봉수감독과 오인환코치.김순덕주무를 만날 때마다 훈련방법.식사요법등에 대해 묻거나 일본 마라토너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는등 깊은 관심을 표시.
특히 몇몇 기자들은“일본 마라톤에 옛날같은 정신력도 없고 그렇다고 과학도 없어져버렸다”고 개탄하며“2002월드컵도 공동개최하는 마당에 마라톤에서도 두나라가 공동훈련등 보조를 같이하는게 어떻겠느냐”고 말하기도.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이봉주는 출전료 12만달러와 우승보너스5만달러등 1억4천여만원을 추가,올림픽 준우승에 따른 각종 포상금.격려금을 합해 올해 마라톤으로만 3억여원을 벌어들이게 됐다. [후쿠오카=정태수 기자] 이봉주의 친가(충남천안시성거읍소우리)에서는 어머니 공옥희(61)씨와 둘째 자형 최철(35.농업)씨등 가족.친지들과 동네주민들이 모여 TV중계를 지켜보며 열띤 응원.지난달 25일 간경화로 천안도립병원에 입원중인 이봉주의 아버지 이해 구(67.농업)씨도 병원에 설치된 TV로 아들의 선전을 시청.
한편 애틀랜타올림픽을 앞두고 인근 암자에서 1백일 새벽불공을올렸던 공씨는 올림픽후에도 2000년 시드니대회 월계관을 위해새벽기도를 계속해오고 있다고.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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