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레스토랑 대신 식당 따로 커피 따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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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호 22면

대학에서 유아교육과를 전공한 뒤 전주에서 유치원 강사로 일하는 김미현(27ㆍ여)씨. 그는 과외 수입 40만원을 포함해 월 평균 120만원을 번다. 풍족할 리 없다. 그렇지만 그 월급으로 차를 굴리고 한 달에 50만원 넘게 저축하고 있다.

1.아끼고 절약하라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달 저축 20만원을 빼고 남은 돈을 깊은 생각 없이 써버렸다. 연 13%의 고금리 신용대출(700만원)을 받아 경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곳에 직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 초 막연한 불안감에 재무 상담을 받기로 결심했다. 결혼자금 마련 등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던 것이다.

김씨는 먼저 경차를 구입할 때 빌린 신용대출부터 갚기로 했다. 단단히 마음먹고 적금을 깼다. 적금 금리는 연 4%대인데 대출금리는 연 13%에 달해 금리 차이만큼 돈이 새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기에 원금을 모두 상환하는 방식의 대출이어서 매달 이자를 갚아도 빚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많은 사람은 오랜 기간 부은 적금을 만기 전에 깨는 것을 주저한다. 공들인 게 아까워서다. 그렇지만 김씨처럼 적금과 대출의 금리를 비교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김씨는 자신의 지출 명세를 뽑아보고 놀랐다. 평소 의식하지 않던 소비가 드러났다. 아껴 써야 할 곳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많이 절약한 항목은 외식비다. 월 3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줄였다. 친구와 만나 외식을 해야 할 때는 후식까지 나오는 레스토랑 같은 곳을 피하고 분식점처럼 저렴한 곳을 이용했다. 김씨는 “풀코스에 비해 일반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문화생활비는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였다. 지인과의 만남 횟수를 줄이거나 돈이 덜 들어가는 방식으로 모임 형식을 바꿨다. 예상 밖의 지출을 부추기는 신용카드는 가급적 쓰지 않았다. 지인들이 갑자기 변한 그의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는 “그동안 많이 써서 그런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분위기를 파악해, 쓸 때는 잘 쓰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출퇴근 때만 이용한다. 기름값으로 10만원을 책정했다. 필요한 옷은 세일을 기다려 산다. 충동 구매를 피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꼭 써야 할 곳에 안 쓰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분의 생일이나 어버이날 등은 꼭 챙긴다.

옛말에 아끼고 절약하면 큰 부자는 못 되어도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씨의 지출 명세는 아껴 쓰면서부터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저축액은 월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김씨는 “우리 나이 때가 사고 싶은 옷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때 아니냐”며 “처음 허리띠를 졸라맬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3개월쯤 지나면서 불편을 느끼지 않기 시작했다. 안 사도 되는 것은 사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게 절약이 몸에 밴 것이다. 미리 쓸 곳에 따라 한도를 정하고 지출을 거기에 맞춘다. 돈을 쓰고 나면 항목별로 초과 지출 여부를 점검한다. 그러다 보니 더 절약할 곳이 보인다. 김승민 재무상담사는 김씨에 대해 “지출을 줄인다는 게 쉽지 않은데 굳은 의지로 실천에 옮겨 현금 흐름을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올해 사귀기 시작한 남자친구와 결혼을 꿈꾸고 있다. 데이트를 할 때는 남자 친구가 돈을 많이 쓰지 않도록 배려한다. 남자친구는 그런 김씨를 좋아할까. “알뜰해서 살림을 잘하겠다며 좋아해요.” 그는 최근 남자친구에게 재무상담사를 소개해 줬다. 돈이 새나가는 곳은 없는지, 돈을 불릴 구석은 없는지 자문을 받게 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급여 수준과 씀씀이를 밝히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아껴 쓰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젊었을 때, 특히 결혼 전에 씀씀이가 많아 저축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결혼 후에는 절약하는 버릇이 조금씩 생기겠지만 결혼 전부터 아끼는 버릇을 키우면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쓰고 싶은 것 다 쓰지 않아도 평생 지닐 좋은 습관을 얻었다는 것 자체로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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