制度개선 암초에 걸려 표류-오늘 豫算 처리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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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2일)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일부터 국회 예결위는 이틀간의 계수조정소위 활동에 돌입했지만 제도개선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검경 중립화 방안과 방송법등 타결을 보지 못한 쟁점사항은여전히 수두룩하다.
신한국당은 제도개선과 별도로 정해진 법정시한내에 예산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반면 국민회의.자민련등 야당은 선(先)제도개선안 처리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선 벌써부터“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내 처리는 물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분위기를 반전시킬 여지가 전혀 없는건 아니다.제도개선안에 대해 여야가 극적으로 타협하거나 예산안의 분리 처리 가능성이 그것이다.
그러나 제도개선문제와 예산안 둘 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야간의 신경전이라는 속성을 감안할 때 타협을 점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없다.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는 지난달 30일 간부회의에서“계수조정소위활동에 임하고 제도개선은 제도개선대로 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얼핏 제도개선과는 별도로 예산심의에 임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말이다.
반면 신한국당은“예산심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을 뿐 제도개선과 별개로 예산 처리에 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국민회의는 간부회의 말미에 2일 국회 본회의 안건처리는 제도개선안을 먼저 상정,처리한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1일엔 제도개선과 관련한 4인협상도 무산됐다. 특히 여야는 휴일인 이날“야당의 두 金총재가 정략적으로예산을 다룬다”는 신한국당 강삼재(姜三載)총장의 발언을 놓고 비난 성명전을 벌였다.
정국이 경색되는 국면이다.여야 영수회담설도 쑥 들어가 버렸다.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일단 2일 오전 예산안의 무기명 비밀투표를 요구할 방침이다.여당의.날치기'처리를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에서다. 신한국당도 예산안을 구태여 단독 처리하지는 않겠다는게내부 복안이다.
때문에 제도개선이라는 볼모에서 풀려나지 않는한 내년 예산안은법정처리시한을 넘겨 지루한 공방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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