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서울 잠원동 설악아파트內 LG슈퍼 남상국 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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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서초구잠원동 설악아파트 단지내에서 LG슈퍼의 경영 책임을맡고 있는 남상국(34)점장은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주변에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이 자리를 확고히 잡고 있는 지역에서 슈퍼를 운영하기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악아파트 서쪽에는 뉴코아 본점과 대형 할인점인 킴스클럽이 있어.알뜰 주부'들을 끌어들이고 동쪽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갤러리아백화점이 고가품을 찾는 부유층에게 손짓하고 있다.
또 LG슈퍼와 같은 업종인 슈퍼도 4개나 된다.이처럼 막막하기만 한 여건이었지만 그는 슈퍼에서 7년여를 근무한 경험으로 틈새시장을 찾아냈다.
우선 대형 할인점보다 생식품의 신선도에서 앞서도록 하는데 영업 전략의 초점을 맞췄다.
“아침에 배송받은 야채류를 보면 당일 포장한 것인지 하루 이틀 묵힌 것인지 알수 있습니다.” 품질에 이상이 없어도 야채류가 싱싱하지 않으면 개장시간부터 50% 할인판매에 들어간다.생선이나 고기는 포장한지 3일이 지나면 품질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20%이상 싸게 팔고 있다.또 품질에도 신경을 써 쇠고기의경우 안동산 한우만 취급한다.
그러나 南점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일은 주변 주민들과의개인적인 유대관계.고객들의 인적사항을 일일이 파악해“아들이 수능시험을 보았는데 얼마나 걱정이 많으냐”는등 집안 대소사.경조사를 스스럼없이 물어볼수 있을 정도가 됐다.
“삭막한 대도시의 아파트촌에 사는 중산층에게는 오히려 옛날 방식의 구수한 인사가 설득력이 더 있는 것같습니다.” 직원들도찾아오는 주부들을.이모'라고 부르고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눈다.
또 주변 아파트의 바자.반상회등에도 적극 참여한다.이 매장의 올해 매출 목표는 42억원.1억8천만원의 순익을 계획하고 있다. “유통업이 최첨단 산업이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인간관계를 활용하면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낼 때도 있습니다.” 南점장은 매장이 바쁠 때엔 단골고객들이 판매사원 역할을 자청하기도 한다며고객 자랑에 여념이 없다.

<홍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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