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헌재 결정 승복하고 미래로 나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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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진다. 헌재의 판단 내용에 따라 나라의 앞날이 달라진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민이 그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고비를 맞고 있다. 나라가 계속 발전할 것이냐, 아니면 주저앉을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의 주변환경을 보라. 정치는 물론 경제.외교.안보 어느 부분도 한가롭지 못하다.

일순간의 선택이 국운을 뒤바꿀 대형 현안들이 즐비하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국력을 더 이상 엉뚱한 곳에 쏟을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헌재의 결정 자체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 내려지는 헌재의 결정은 우리가 새로 결의를 다지고 출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갈등과 분열, 혼란을 접고 이제는 합심해 국가 발전에 노력하겠다는 다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전제는 승복이다.

국회는 두달여 전 헌법에 따라 부여된 적법한 권한으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오늘 헌재는 역시 헌법기관으로 규정에 따라 탄핵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권한을 행사한다. 헌재의 결론에 대해 국민 모두가 찬반의 의견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불복은 안 된다. 불복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것은 법치를 부정하는 일이다.

법치라는 절차의 소중함이 무시된다면 민주주의는 함께 무너지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헌재의 결정을 기다린 것 자체가 그만큼 우리의 법치가 성숙되어 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있다. 盧대통령과 정치권 등 이해당사자들의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승패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건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자세는 겸허한 반성이다. "나는 잘했다"고 우긴다면 한심한 일이다. 盧대통령과 여야 모두 왜 이런 상황까지 와야했는지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