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한번에 날린 ‘스와프 홈런’ … 증시 회복 기대감 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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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서 곰(베어)은 약세장을 뜻한다. 길게 보면 약세지만 그 와중에도 주가가 급등할 때가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터진 ‘홈런 한 방’으로 일거에 단기 악재가 해소될 때다.

30일 새벽 전해진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도 악재 ‘삼형제’를 한꺼번에 날렸다. 달러 기근이 풀리게 됐고, 원-달러 환율을 급락세로 돌려놓았으며, 한국 채권의 부도 위험을 확 낮췄다. 대외 여건도 나쁘지 않다. 세계 각국이 경기 침체 완화를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어 마켓 랠리는 어디까지나 약세장 속의 일시적 반등일 뿐이란 지적도 있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급박한 고비는 넘기겠지만 증시에는 불황과 기업실적 악화가 더 큰 악재”라며 “섣부른 단타 매매는 손실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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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마켓 랠리 가능성=30일 증시는 1997년 크리스마스 직후와 닮은 구석이 많다. 12월 초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약속에도 주가는 연일 급락했다. 외환보유액은 바닥을 드러내는데 IMF 지원은 늦어졌기 때문이다. 97년 2월부터 12월 24일까지 코스피지수는 51.4% 떨어졌다. 그러나 그해 크리스마스에 IMF와 선진 13개국이 100억 달러 조기 지원을 발표하자 이튿날부터 주가는 폭등해 이듬해 1월 31일까지 61.5% 반등했다. 올해 증시 흐름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주가는 계속 미끄러져 29일까지 지난해 고점 대비 53.1% 하락했다가 30일 한·미 통화 스와프 소식에 12% 가까이 반등했다. 유진투자증권 박석현 책임연구원은 “외환위기 당시 베어 마켓 랠리를 감안한다면 이번에도 코스피지수 1200~1300선까지 반등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 과천청사 기자실에서 한국과 미국 간의 통화 스와프 체결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침체가 관건=외환위기 당시 베어 마켓 랠리 후 주가를 끌어내린 건 실물경기 침체였다. 초고금리 정책에 대기업·시중은행 부도로 실업률이 치솟고 투자·소비가 얼어붙었다. 그 여파로 코스피지수는 다시 51.2% 급락했다.

이번에도 은행·기업의 부실 가능성과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29일 C&그룹 워크아웃설에 지수가 157포인트나 널뛰기한 게 단적인 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센터장은 “건설사와 저축은행 부실이 증시의 아킬레스건”이라며 “외환위기 학습효과 때문에 작은 악재에도 투자심리가 얼어붙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건설사 부실은 외환위기 때보다는 훨씬 작다. 게다가 정부가 건설경기 급랭을 막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반면 외환위기 때는 선진국 경기가 좋았다. 이 때문에 내수는 부진했어도 수출에서 경기 회복의 활로를 뚫을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지금은 선진국 경기가 더 부진하다. 이 때문에 외환위기 때 경기 사이클이 짧고 깊은 ‘V자형’이었다면 이번에는 얕고 긴 ‘U자’나 ‘L자’ 모양이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매수세는=주가가 급등하자 외국인이 그동안 ‘공매도(없는 주식을 빌려 파는 것)’한 주식을 갚기 위해 되사기 시작했다. 통화 스와프 계약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이 희박해진 데다 주가와 원화가 함께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도 외국인 매도 공세를 누그러뜨릴 호재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가 크게 늘 것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헤지펀드의 청산 물량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금융위기 와중에 손실을 낸 헤지펀드에 투자자의 청산 요구가 봇물을 이루자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 가는 펀드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98년 3748억 달러였던 전 세계 헤지펀드 자산이 올 2분기 1조9314억 달러로 급증했다”며 “성장 속도가 빨랐던 만큼 청산 물량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경민·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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