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애견산책>1.영국 에든버러 '보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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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개는 인류와 가장 오랫동안 울타리를 공유해온 동물이다.최근 삭막해진 정서를 달래기 위해 아파트등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늘고 있다.주변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개를 키우는 것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깊게 해주는 장점 이 있다.지구촌의 특징적인 애견문화와 풍속에 대한 시리즈를 매주 1회 연재한다. [편집자註] “에든버러에 가면 충견(忠犬) 보비를 찾아라.” 영국북부 스코틀랜드의 고도(古都)인 에든버러는 .보비의고향'으로 유명하다.보비는 영국판.오수(전북임실군오수면)의 개'다.땅에 묻힌 주인의 묘를 14년간이나 지켰던 충견이다.
보비는 1856년 에든버러생으로 털이 북슬북슬한 테리어종 수놈이다.주인인 올드 족(족 할아범)을 따라 소몰이를 하며 동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보비의 행복은 그가 두살때인 1858년끝이 난다.올드 족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소몰이를 하다 숨을 거둔 것이다.
이후 보비의 집은 주인이 묻힌 그레이프라이어교회 정원이 된다.주인이 살아있을 때 같이 드나들던 인근 램지카페에서 손님이 남긴 빵조각등으로 끼니를 때우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울 뿐 식사만 끝나면 보비는 어김없이 주인의 묘비곁으로 돌 아갔다.
이를 가엾게 여긴 시민들이 억지로라도 집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했으나 보비는 막무가내였다.엄동설한이나 폭풍우에도 변함없던 보비의 묘지기는 14년후에야 끝났다.유난히 겨울바람이 몰아친 1872년 1월14일 아침 시민들은 머리를 주인의 묘비에 기댄 채 싸늘하게 굳어버린 보비를 발견한 것이다.
보비는 교회정원에 주인과 나란히 묻혔다.“그의 충성과 헌신이우리의 귀감이 되게하소서.” 묘비정면엔 지금도 이같은 묘지송이선연하다.보비의 식당이던 램지카페는 현재 주점(.보비의 바')으로 변했다.보비가 묻힌 그레이프라이어교회에서 걸어서 5분거리인 시내중심가 광장엔 목마른 시민들을 위한 .보비의 샘'이 세워졌다.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는 듯한 보비의 동상 아래로 깨끗한 물이 샘솟고 기단부엔 역시 다음과 같은 헌사가 새겨져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보비의 애틋한 충성에 대한 찬사:이 믿음직스런 개는 1858년 주인의 장례식을 따라 그레이프라이어교회에 온 후 1872년 사망시까지 이 곳을 떠나지 않았음.” <임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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