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등 직원이름 거의 외워-내가 본 그레이엄 WP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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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 포스트에서 누구에게나 퍼스트 네임인.돈(Don)'이란애칭으로 불리는 도널드 그레이엄 회장은 10여년간의 발행인 수업을 받고 94년 48세로 모체회사 워싱턴 포스트 컴퍼니의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외할아버지 유진 마이어,아버지 필 그레이엄, 어머니 캐서린 그레이엄에게서 8세때부터 미래의 집안기둥으로 지목돼 착실히 언론사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그는 말단기자로서 힘든 수련과정을 체험해 신문제작의 묘미를 안다. 워싱턴 포스트에 입사한 후 몇달이 지나도록 나는 그가 사장인줄 몰랐다.미국에서는 사원 입장에서 사장과 상견례가 필요없지만 어쨌든 그가 내 책상에 와서 스스로를 소개하고 악수를 청했기 때문에 비로소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는 소탈하고 격식을 싫어하는 성품을 타고났다.그와 어머니 캐서린 그레이엄여사는 신문사 주식 A클래스의 56.8%를 소유한 거부(巨富)이면서도 플라스틱 가방도 들고 검은 헌 오버코트도 걸치며 지하철과 택시를 자주 탄다.
어머니와 달리 그는 고급차도 타지 않는다.
딸 셋,아들 하나,그는 자식 부자다.맏누나는 보수주의 성격의국제칼럼을 쓰는 언론인.두 형은 변호사와 대학교수다.
하버드 대학에 다닐때 학교신문을 만들던 그는 졸업후 군에 들어가 베트남 참전을 거쳐 신문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마주치는 청소부를 포함한 직원 거의 모두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한다.경쟁지뉴욕 타임스의 회장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은퇴한 고참기자 돈오버도퍼는 말한다.
그와 같이 일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그는 생리적으로 권력층.VIP.저명인사를 피하는 타입이다.수행원을 대동하지도 않고앞좌석에서 대접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신문기사가 중요하면 전세계로부터 저절로 대접을 받게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군복무를 마치고 워싱턴에서 순찰 경찰관으로 1년반을 근무한 경력이 있다.
.내가 사장이 될 워싱턴 포스트는 워싱턴 빈민가 시민들의 생활상을 보도해야 하기 때문'에 그 경험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26년을 같이 한 빌딩에서 지내보고 난 후 내가 갖게 된 느낌은 기회만 된다면 내 딸도 그의 회사에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안재훈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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