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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Leisure] 5월 울릉 초록 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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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암 해변의 미역 말리는 모습

울릉도는 참 먼 섬이다. 동해안에서 바닷길을 3시간 더 헤치는 여정도 그렇지만 마음속 울릉도는 한참 더 멀리 있다. 대학교 때 두번이나 울릉도 진입을 실패한 기억이 있다. 그땐 무척 낙담했다. 다른 데를 대신 가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저 고약한 하늘을 원망하고 되돌아왔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울릉도를 꿈꿨던 절대 다수가 스무살 적 나처럼 고스란히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선박회사에 최근 2년간 월별 수송 현황을 물었다. 뜻밖에도 5월이 8월 다음으로 많았다. 휴가철인 7 ~ 8월엔 선박 운행 횟수가 1.5배 늘어나는 데도 5월이 두번째, 6월이 네번째로 높았다. 그렇다. 모든 건 하늘에 달려 있다. 새파란 오뉴월 하늘은 울릉도를 허락한다는 하늘의 뜻이다.


뭍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찾아드는 도동항. 여객선이 없는 시간 항구는 갈매기 세상이다.


현부항 전경. 멀리 노인봉이 내려다 보인다. 그 뒤에 우뚝한 건 송곳산.


일주도로에서 만난 오징어 가로등, 도동항 선착장의 어른 주먹만한 홍합.

울릉도가 오뉴월이 제철인 이유는 또 있다. 지금 섬은 돌미역을 따느라 한창 부산하다. 6월 중순만 돼도 해수 온도 탓에 미역은 질겨진다. 나리분지를 비롯해 산구릉마다 연초록 풍경화를 연출하는 건 산더덕이다. 산골짝을 휘감은 상큼한 향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성게에 알이 그득 차는 것도 요맘 때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는 것도 요맘 때다. 사실 울릉도는 아무 때라도 좋다. 오징어 배 출항하는 가을도 좋고 무릎 위까지 눈이 쌓이는 겨울도 좋다. 하늘의 심술을 각오만 한다면 말이다.

평생 한번 가볼까 말까 하는 울릉도다. 옆집 처녀처럼 울릉도를 동경만 해왔다면, 그 옛날 아련한 추억으로만 울릉도를 기억한다면 이 싱그러운 5월이 다가기 전 행낭을 꾸리자.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울릉도로 들어가자. 청아한 하늘이 내 낡은 서랍 속의 울릉도를 다시 꺼내 보라고 재촉한다.

글=울릉도 손민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울릉도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신비의 섬'이라는 홍보 문안처럼 '환상적'이란 극찬과 '과대포장됐다'란 실망이 공존한다. 날씨 영향이 워낙 크다. 용케 배를 탔다고 해도 3시간 내내 사나운 파도에 시달렸다면 이내 기진맥진이다. 당장 약부터 사먹고 드러누워야 한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험한 지형에서 비롯된 독특한 관광 문화가 울릉도의 기억을 좌우한다. 그래서 울릉도 여행은 나름의 요령과 준비가 필요하다.

◆ 산이냐 섬이냐=섬 전체가 거대한 산을 덩어리째 옮긴 듯 평지가 없다. '88도로'로 부르는 '8'자를 누여놓은 듯한 도동의 길과 똬리를 튼 모양의 구암 수층교는 가파른 절벽에 길을 내다 생긴 기막힌 광경이다. 울릉도의 길 사정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1962년 첫 삽을 뜬 지 39년 뒤인 2001년에야 섬 일주도로 공사가 끝났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완공도 못 된다. 섬목부터 저동까지 10여㎞는 아예 공사 포기 구간이다. 경사 100도가 넘는 해안절벽 지대다. 내륙 관통은 차라리 곡예다. 남양에서 태하령까지 지방도로를 타봤다. 일주도로가 나기 전 25인승 관광버스가 다녔다는 길이다. 가위 끝처럼 날카롭게 휜 산길이 30분 넘게 이어진다. 창문 너머 깎아지른 절벽이 내다보이고 아래로는 원시림이다. 숨이 턱 막힌다.

◆ 쉽지 않은 나홀로 여행=섬의 도심인 도동을 혼자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섬엔 렌터카가 모두 15대. 하늘이 흐리면 렌터카 회사는 차를 내주지도 않는다. 2박3일에 20만원(삼지렌트카 054-791-2240). 신호등은 딱 두군데 있다. 차량 한대만 통과할 수 있는 섬 남쪽 터널 앞이다. 중앙선이 없는 길도 흔하다. 대중 교통도 사정은 비슷하다. 가족 여행객이 주로 타는 택시는 모두 52대가 있다. 섬을 한바퀴 돌아보는 반나절에 8만~10만원(울릉택시 054-791-2315, 개인택시 054-791-2612). 다음으로 노선버스. 오전 5시40분부터 섬 북쪽 천부행 버스가 도동에서 1시간30분마다 뜬다. 도동으로 되돌아오는 막차는 오후 7시20분 천부 출발. 막차를 놓치면 움직일 생각을 접을 것. 4500원(054-791-2179).

◆ 그리고=울릉도 가는 길은 현재 배편밖에 없다. 강원도 동해 묵호항과 경북 포항에서 배가 뜬다. 배시간은 3시간 안쪽. 파고(波高)에 따라 30분쯤 차이가 난다. 요금은 3만4000 ~ 4만9000원 사이. 좌석 등급에 따라 다르다(자동안내 054-791-4811).

관광버스가 들르지 않는 여정을 소개한다. 우선 성인봉 트레킹. 반나절 꼬박 걸리는 험한 산행이다. 하지만 울창한 원시림과 화려한 야생화를 만난다. 산행과 관련해 소개할 사람이 있다. 북면파출소의 양진수(43)경장. '성인봉 산행 정복'이란 소책자까지 냈다. 언제라도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답해준다. 016-535-3739.

도동 바로 옆 저동도 들를 것. 저동은 섬 어민들의 생활 터전이다. 오징어배 정박한 항구 풍광이 아늑하다. 섬 서편 태하등대도 오를 만하다. 왕복 한시간쯤 걸린다. 해안절벽도 절경이지만 오르는 산길도 참 예쁘다. 뭍사람 태반은 독도가 울릉도 지척에 있는 줄 안다. 92㎞ 거리다. 도동에서 케이블카(4500원)를 타고 독도 전망대를 올라도 기껏해야 한해 스무날 정도 볼까말까다. 독도행 유람선은 부정기적으로 뜬다. 해지면 갈 데가 마땅찮다. 그러니 심심하단 불평이 나온다. 도동에만 몇군데 있는 노래방 시설은 한시간에 2만원. 그래도 단체 관광객으로 늘 만원이다. 울릉군청 문화관광과 054-790-6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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