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병든 쇠고기 여전히 식탁에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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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28일 오전8시 경기도 번호판을 단 1 트럭이 누워서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젖소 한마리를 싣고 서울마장동 도축장 안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이 차량은 지난 6월 병든 소를 운반한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던 바로 그 트럭이었 다.같은 달 25일 오전9시50분 강원도 원주도축장.포터 한대가 육안으로도 죽은 것이 분명한 한우 한마리를 싣고 안으로 들어간 뒤 45분만에 화물칸을 비우고 나왔다.인체 유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정밀검사를 하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 어서 이같은 검사가 생략됐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6월 본사 취재팀의 추적 보도로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병든 소 도축(본지 6월22일자 1,3면 보도)이 계속되고 있다.한때 음식점과 가정에서 육류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 축산농가.업계가 휘청거렸으나 본사 취재팀의 취재 결과 원 주.마장동 도축장등에서 병들거나 죽은 소가 여전히 불법 도살돼 식탁에 올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축산농가에서는 죽거나 병든 소를 중간 수집상에게 연락,마리당1백만원 안팎에 팔아 넘기고 수집상들은 농가를 순회하면서 닥치는대로 소를 사들이는 행태가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법개정이나 장비 도입등 제도적 개선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림부는 절박(切迫.소가 죽기 직전 병균 감염등을 막기 위해 목에서 피를 빼내는 것)도살한 가축의 식용 가능성 여부를판정하기 위해 유해성 잔류물질 검사를 실시키로 했으나 이를 위한 검사관(수의사)등의 인력과 시설을 확보하지 못했 다.또 전국에 세곳뿐인 가축소각장을 늘리기로 한 방침도 예산과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4부(金龍鎭부장검사)는 21일 늙거나 병든 소 2천여마리(시가 24억원)를 싼값에 사들여 물을먹여 도축한 뒤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축산물위생처리법 위반)로경북식품 대표 백승길(白承吉.37.서울성동구사 근동)씨등 축산도매업자 2명과 도축업자 나영수(羅永洙.37.해동산업대표.전북익산시창인동)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또 불법 도축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白씨등으로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2천5백만원을 받은 혐의(부정처사후 수뢰)로 전북가축위생시험소 익산지소 수의사보(7급) 강민성(姜閔盛.32)씨등 수의사 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불법 도축된 소 가운데 상당수가 마장동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서울 W호텔과 G백화점,S대병원 식당등 쇠고기 대량 소비처에 납품된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기찬.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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