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水汲위기 베네치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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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탈리아 북부 항구도시 베네치아는 최근 .자살특수(特需)'를누리고 있다.유럽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장소로 베네치아가 선택되고 있기 때문이다.올들어 50명이 목숨을 끊었으며,미수에 그친 사람도 3백명에 달한다.
베네치아는 아름답다.오스트리아 작가 카를 헤르놀트는 “유럽은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다.베네치아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라고 찬양했다.베네치아는 1백22개 섬,1백76개 운 하,4백개의 다리로 이뤄져 있다.5~7세기 이탈리아에 침입한 북방민족을 피해 아드리아해(海) 간석지(干潟地)에 세워져 17세기까지 동서교역의 중심지로서 번영을 누렸다.
오늘날 베네치아는 세계적 관광지다.매년 9백여만명의 관광객들이 베네치아를 찾는다.베네치아의 상징 산마르코 광장을 비롯해 수많은 관광명소는 항상 사람들로 넘친다.매년 7월과 9월에 열리는 대축제와 곤돌라경조(競漕)땐 도시 전체가 축 제분위기에 휩싸인다.이와함께 세계적 명성의 영화제와 비엔날레 미술전도 베네치아의 자랑거리다.
베네치아는 지금 내려앉는 중이다.원래 지반이 약한 개펄에 세워진데다 염분에 의한 지질구조 약화로 매년 0.2~1㎝씩 침하(沈下)하고 있다.여기에 홍수가 자주 발생,침수피해가 계속되고있다.금세기 들어 베네치아는 20여차례 홍수를 만났다.1966년 11월 대홍수때는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다.또 평균고도가 해발 1.1밖에 되지 않아 밀물때 바닷물이 넘쳐드는 경우가 잦다. 이탈리아 정부는 베네치아를 .구출'하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다.90년 확정된 .모세계획'은 아드리아해에 60~80개 수문(水門)을 만들어 바닷물 높이를 조절하는 야심적인 계획이지만 막대한 공사비.건설회사 선정에 얽힌 스캔들 로 지연되고 있다.
지난 주말 내린 폭우로 베네치아 시가지 90%가 물에 잠기는큰 피해가 발생했다.이탈리아 환경부는 20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알프스 만년설이 녹아내려 아드리아해 수면이 15~20㎝ 상승할 것이며,앞으로 60년안에 베네치아는 물에 잠길지 모른다는보고서를 내놓았다.중병을 앓고 있는 .아드리아해의 여왕'을 구할 명의(名醫)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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