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兆 퍼붓고 경쟁력 제자리-빗나간 농어촌구조 개선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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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은 92년 우루과이라운드에 대비해 농촌경쟁력을 키우겠다며 시작한 사업이다.
98년까지 42조원이 투자되고 95년부터는 15조원의 농특세까지 얹어졌다.숫자상으로는 1백20만 국내농가가 가구당 5천만원씩 지원받는 셈이다.그렇다면 뭔가 획기적인 성과가 나와야 하는게 당연하다.
농림부는 큰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한다.농림부는 올7월.농어촌구조개선사업'에 대한 중간평가보고서를 통해 영농형태가 쌀중심에서 고소득 작목중심으로 변화하고 규모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돼 농업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그러나 감사 원 감사결과부터가 딴판이다.
감사원이 한영애(韓英愛.국민회의.전국구)의원에게 제출한 93~95년 사이의 국고보조금 사업 감사결과에 따르면 농림부는 전국 쌀도정공장의 가공능력이 쌀생산량의 5배나 되는데도 신규로 미곡종합처리장 1백88개소를 건설하는데 1천3백6 1억원을 지원했다. 게다가 ▶농지전용이 예상되는 지역에 4백20억원을 지원하는가 하면▶본래 목적대로는 전혀 쓰이지 않는 간이집하장 건설사업에 2백90억원을 지원했다.또 1조5천4백52억원이 투자된 용수개발및 배수개선사업은 재정부담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사업에 착수해 총사업비의 16%만 정상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시점의 보조금사업에 대해서만 감사한 결과가 이정도면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가는건 당연하다.
전남도의회가 지난 9월2일부터 전남지역 18개 시.군지역에서농촌구조개선사업 실태를 집중 점검한 결과는 거의 전부문에서 예산낭비와 비효율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보조를 수억원씩 받아 지어진 한우전문판매점에선 업자가 수입쇠고기를 팔고,간이집하장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축분발효시설은 짓다말고 업자가 도망가거나 곳곳에서 사업이 중단됐다.경지정리사업으로 만들어진 배수로엔 잡초만 무성하다.
전남도의회는“엄청난 국민혈세로 시작된 농업투자예산이 과연 효용성이 있는지 문제”라고 비판했다.사업중 상당수는 돈만 쏟아붓고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다.도의회는“농업회생의 마지막 기회인 농촌구조개선사업이 농촌현실과 맞지않고 현■ 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사후보완작업이 없는등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중앙일보 취재팀의 전북정읍과 강원도평창 현장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취재팀은 ▶수십억원을 들여 건설한 유리온실과 연동 비닐하우스등 최첨단시설들은 생산성이 극히 저조하고▶정부보조로 만들어진 위탁영농회사등 수많은 농민조직이 도산위기에 처해 있음을확인했다.또 전국 곳곳에 설립된 농산물 집하장과 미곡종합처리장(RPC)등은 실적이 당초 목표치에 근접도 못하는등 정작 농민들에게는 별 도움도 되지 않았다.농민들은“일부 잘사는 농민들을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와 행정관청의 보고서만 보면 잘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정부보조와 융자를 엄청나게 받은 마당에 잘못된다고 하면 당장에 융자금을 상환해야 하기때문에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잘된다고 보고하는게 태반이라는것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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