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여성정치시대>下.공화당 보수노선에 정면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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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30여년동안 어렵게 쌓아온 진보적 성과를 되돌릴 수는없는 일이었지요.94년의 선거결과를 보고 여성단체들은 여성유권자들의 힘을 결집하는데 온 힘을 쏟았고 그 노력이 이번 선거에상당부분 반영된 겁니다.』 미국 여성변호사협회(WBA)의 대외창구 총책임을 맡고 있는 와일더(애런트 폭스법률회사 법률고문)는 특히 이번 선거 막판에는 여성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힘을 쏟았다고 말한다.
민주당 선거자금 모금에 적극 참여한 것은 물론 여성유권자들의투표자등록률을 높이자는 캠페인에 앞장섰다.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를 좌우한 큰 변수중 하나인 여성표의 향방은 와일더와 같이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고 적극적으로 나선 수많은 여성전문직업인들이 결정지은 것이다.
미국의 정치평론가들은 92년의 선거결과를 「여성의 해」라고 이름붙였다.최초의 흑인 여성상원의원등 의회에 여성의원들이 대거진출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94년 중간선거 결과 클린턴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불만이던 백인남성들의 표가 반란 을 일으키면서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자 이후 『이거 안되겠다』며 실지(失地)회복을 다짐했던 정치세력은 클린턴진영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가장 큰 여성단체인 전국여성조직(NOW)은 그때부터 공식적으로 『극우(極右) 보수세력이 미국 양대정당중 하나를 지배하고 있다』며 「극우와의 싸움」을 선언하고 나섰다.
소수자 보호나 낙태 허용등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예산을 삭감하거나 제도를 되돌리려는 공화당의 노선에 정면으로 맞서고 나섰다.4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대집회를 열고 8월로 예정된 샌디에이고 공화당 전당대회를 겨냥해 이슈별로 NOW 의 입장을 조목조목 정리했다.미국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여성단체들은 분야별 이슈에서 진보적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의 권익뿐만 아니라 흑인.동성애자등 「사회적 소수」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미국내 보수세력과 맞서고 있다. 여성표의 향방이 2년만에 다시 가장 큰 변수로 복귀한 올해의 선거결과에 대해 미국사회가 이번에는 어떤 꼬리표를 붙일지 좀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NOW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이미 붙여 부르는 이름이 있다.「진정한 다수의 해」가 그 것이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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