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미국의선택>下.행정부와 의회의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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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 미국선거 결과에는 갖가지 이름이 붙여지고 있다.「현상유지」선거,「권력분립」선거,「불안정한 균형」을 이뤄낸 선거등 다양하다. 민주당 행정부와 공화당지배 의회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에서 「현상유지」선거다.또한 민주당 행정부의 독주(獨走)를 견제키 위해 유권자들이 공화당 의회에 표를 던졌다는 점에서 보면 「권력분립」선거다.
94년 중간선거에서 뉴트 깅그리치 의원이 이끄는 「혁명」덕에40년만에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클린턴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각종 시행착오를 겪은 후 극우 입장에서 중도노선으로 전향했다.
또한 집권초 보건정책 개선안등을 앞세워 당내 진 보인사들에게 영합했던 클린턴 정부도 중간선거 패배 이후 중도온건 노선으로 돌았다.공화.민주 양당 모두 유권자들의 표를 겨냥해 중도우파 입장을 지지하고 나선 선거라는 결론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미국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던진 메시지는분명하다.
「공화당 혁명」이니 어느 일방에 대한 압도적 지지니 하는 극단적 정치구호에는 흥미가 없으며 양당정치에 기초한 권력분산이 여전히 미국민들에게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선거직후 클린턴은 『미국민들은 양당이 정치투쟁을 벌여 정부가분열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서로 힘을 합할 때 미국의 승리는보장된다』며 양당 화합을 강조했다.민주당의 깅그리치 하원의장도『우리는 재선된 대통령에게 허심탄회하게 협조 할 준비가 돼있다.서로 공동의 기반을 찾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화답했다.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양당의 협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사실 양측 모두 지난 2년간 알력을 보이면서도 2002년을 목표로 한 균형예산안 구상에 공감했으며 지난 여름 복지개혁안에합의한 바 있다.
당분간 행정부와 의회의 공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클린턴 재임초 협조 분위기는 클린턴 정부의 윤리문제가 걸린 화이트워터사건.트레블게이트.FBI파일게이트,그리고 외국인의 정치헌금등에 대한 의회의 조사청문회가 열리면서 깨질 것이라는 관측이다.한편 다른 분석가들은 선거철에 각종 스캔들이 판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미국정치의 단면이지만 행정부와 의회의 관계는 상호이해가 교차되는 관계이므로결국 정치적 공조는 부분적이라도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두 문제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행되는 미국정치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2년뒤 중간선거와 4년뒤 대선을 생각할 때 유권자들이 보는 정치판의 비생산적 토론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교훈을 양당이 확인했다.지난해말 정부폐쇄와 연방예산 동결때 보인 국민들의 반응이 좋은 예다.
의회를 지배한 공화당은 행정부와의 마찰로 인한 정치중단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이번 선거에서 재확인했다.또한정국경색의 책임을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에 물어 대선승리 뿐 아니라 하원선거에서 11석을 앗아낸 민주당도 클린 턴 행정부가 공화당 지도부와 정면충돌해 공멸하는 경우를 바라지 않는다.
아무튼 균형예산안의 지속적 이행,노령층을 위한 메디케어 경비충당, 클린턴의 윤리문제 검증등을 둘러싸고 행정부.의회 관계의타협과 충돌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역사에 남는 대통령을 욕심내는 클린턴인지라 머잖아 닥칠 일련의 윤리청문회 과정에서 지도력에 상처받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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