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대기업 ‘감원 태풍’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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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의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실물경제를 휩쓸고 있다. 기업들은 감원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투자계획도 전면 보류하고 있다. 23일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Merck)는 2011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에서 72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종업원 수(5만4000명)의 10%가 넘는다. 리처드 클라크 최고경영자(CEO)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야후와 GM이 각각 1500명과 4000명을, 독일의 코메르츠방크는 90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기업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소매업체인 아마존닷컴의 올해 연간 매출액이 애초 예상(195억 달러)보다 10억 달러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크리스마스 성수기가 포함된 4분기 매출이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 미탈은 350억 달러짜리 투자안을 철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전선이 경기 침체를 이유로 무주기업도시 건설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삼성전자도 갈수록 악화하는 실물경기를 고려해 세계 1위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 제조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철회했다. 하이닉스는 채산성이 떨어지는 국내외 200㎜ 라인 4개를 9월부터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키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에는 생산능력이 30% 가량 줄게 될 전망이다. 미국 유진공장 직원 1000명을 모두 해고했다.

◆전 세계 국가부도 도미노=금융위기의 여파로 전 세계에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국가가 속출하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2일 파키스탄과 벨로루시가 구제금융을 신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금융위기 이후 ‘IMF행’을 택한 국가는 5곳으로 늘었다. 헝가리·우크라이나·아이슬란드도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도 위기설에 휘말려 있어 ‘부도 도미노’가 남미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IMF는 이날 “다른 몇몇 신흥시장 국가들과도 지원이 필요한지를 논의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신속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IMF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긴급 지원체제를 가동시켰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아시아·남미에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자금난을 겪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조달하는 자금에 의존해온 동유럽 국가들은 연쇄 부도 위기에 놓여 있다.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이날 미국의 경제전문방송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2년간 길고 심각한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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