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러시아대통령 '病床통치' 안개政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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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옐친대통령이 5일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러시아 정국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가 않다.
의사들은 수술이 성공적이었고 대통령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소 6~8주동안의 요양이 필요해 러시아는 여전히 그의 「병상통치」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으론 옐친의 병상통치가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가 65세의 고령인데다 수술 후유증으로 장기요양이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국정이 사실상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아나톨리 추바이스 행정실장,타티아나 디아첸코(옐친대통령 차녀)의 3두 체제가 상당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또 옐친의 병상통치 기간이 길어 질수록 디아첸코의 후원을 입은 추바이스 행정실장의 권력이 막강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정말기 라스푸틴이 황후를 등에 엎고 러시아의 실권자로 부상했듯 타티아나를 등에 업은 추바이스가 섭정통치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옐친은 수술받기 직전 임시로 체르노미르딘에게 대통령권한을 이양하는 포고령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러시아 연방 대통령실 직속 국가군(軍)감찰국」창설 포고령을 발표,군을 감찰할 수있는 권한을 추바이스에게 부여했다.
전문가들은 옐친의 이와같은 행동이 국정운용의 장기적 포석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럴 경우 러시아의 정국은 누가 진짜 러시아를 이끄느냐는 문제를 놓고 심각한 논란이 일겠지만 통제불능의 상태로 가거나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마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정치적 혼란을수습해낼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만약 요양중인 옐친이 수술 후유증으로 상당한 국정장애를 겪을 경우엔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이 직무불능 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할 경우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고 3개월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상태를 직무불능 상태로 볼 것이냐와 누가 이런 판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아 이 문제를 둘러싼 혼란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옐친을 제외하곤 이렇다할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없는 개혁진영이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수,알렉산드르 레베드 전 국가안보위 서기등이 버티고 있는 민족주의 진영의 공세를 견뎌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옐친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긴 했지만 러시아 정국이 앞으로그의 병상통치에 따라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아직은 확실치 않은것이다.
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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