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교포 울리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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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0대 서울 남자가 불법체류중인 20대 중국 조선족여성을 상습적으로 협박해 성폭행하다 경찰에 구속됐다.성폭행에 그치지 않고 철사를 불에 달궈 여성의 몸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는 잔인한 짓까지 저질렀다고 한다.그동안도 취업사기.밀항 사기 등 갖은 방법으로 동족을 울리고 홀대해 왔다.이러니 「믿는 도끼에 발등찍혔다」는 배신감과 반한(反韓)감정이 중국 조선족들간에 팽배하고 있다.
조선족들의 취업문제를 우리는 두가지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본다.동족으로서 이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이며,외국인근로자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을 수용할 법과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는 점이다.
먼저 조선족을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말이 조선족이지 중국인이 아니냐,고국이 잘 살게 됐다고 밀항까지 했으니 고생은 당연하지 하는 냉소적 선입관이 조선족을홀대하는 우리의 기본시각이다.중국과 일본은 민족 의 동질성을 내세우며 세계의 동족을 한데 묶는 민족네트워크를 추진중이다.리콴유(李光耀)전 싱가포르총리의 화인(華人)네트워크도 같은 맥락이다.한민족 네트워크를 위해 조선족을 위하고 돌보는 일이 시급하다. 지금 우리의 노동인력구조로는 비교적 값싼 외국 노동인력활용은 불가피하다.18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중 대부분이 중국 조선족이다.이들을 수용하는 현재 법체계가 너무 경직돼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이를 이용한 악덕 기업주의 횡포 또한 늘 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특히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제도에 문제가 있다.채용숫자가 제한되고 체류기간이 짧으니 브로커에게 3천~7천달러에 이르는 거금을 내고 입국한다.이정도 돈을 내려면 현지에선 부유층에 속한다.와봐야 현장노동에 익숙지 못하고 빚을 내 왔다면 연수생 월급에 만족지 못해 직장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다. 법과 제도가 외국인 취업자의 불법화를 구조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현실이다.내년이면 유엔이 선포한 「외국인 노동자의 해」다.융통성 있는 법체계 개정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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