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추적非理시내버스>下.'시민의 발'을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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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국 교통전문가들은 서울의 버스시스템을 보고 두번 놀란다.우선은 「보조금 한푼 안받고 시민 40%를 나르는 효율성」에,또한번은 「대낮에 1~2명밖에 안태운 버스가 시내에 우글우글하는비효율성」때문이다.
버스가 「서울시민의 발」이 된지는 30년이 넘었다.시민들은 그동안 「수준」이 변했다.짜증나는 만원버스를 계속 타기보다 지하철.승용차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그런데도 버스업자,또 버스정책을 다루는 당국은 구태의연하게 아직도 60~7 0년대의 전근대적인 버스운영체계를 고집하고 있다.수입이 주는데도 버스 한대 줄이지 않고,서비스를 개선해 수요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생각도 안한다.업자들은 고작 운전기사를 닦달해 한탕이라도 더 뛰게 하려하고,한명이라도 승객이 더 많은 노선을 차지하려는 로비에만 급급하고 있다.당국은 어떤가.버스경영여건이 어려워졌다며 중앙부처와 승강이까지 벌이며 요금을 올려주는가 하면 「현금」을지원하는 규칙까지 만들었다.전문가들까지 이에 합세했으니 그동안우리는 버스업계의 실정 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당국.업자.전문가들은 합작해 버스경영부실을 자초했고,그 부담을 시민들에게 떠넘겼었다.
이제 그 비리(非理)가 터졌고,일부에서는 이를 또 미봉책으로꿰매려할지도 모른다.그러면 또 시민은 「봉」이 될 수밖에 없다.어떻게 해서든 이번 기회에 버스 시스템을 전면 개혁할 수 있게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버스는 서울과 같이 「좁은 곳에 많은 사람들이 산재해 살고 있는 곳」에 특히 효율적인 교통수단이다.그동안 지하철에는 10조원이 넘는 돈이 들었지만 버스에는 거의 한푼도 안들었다.지금이라도 버스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알기 쉽게 구축하면 택시승객의 절반은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대낮에 버스는 텅텅 비는데도 「그렇게 많은」 택시는 얼마나 잡기 어려운가.승용차.지하철승객도 물론 유인할 수 있다.시민들은 1백개가 넘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갈아타야 하는 공해덩어리 지하철보다 「제대로된 버스」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버스를 개혁하는 방법이 쉽지는 않다.시간을 두고 구체적인 방법을 차분하게 생각하는게 중요하다.그러나 이번 기회에 개혁의 골격만은 확실히 잡아두는게 필요하다. 우선 원가주의 요금제도를 탈피해야 한다.버스요금은 본래 원가보다 교통정책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다른 교통수단의 요금.서비스수준등을 종합비교해 버스로 수요를 유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요금이 결정돼야 하는 것이다.이 요금수준은 보통 원 가를밑도는게 일반적이고,다른 나라는 그 차액을 당국이 「적자보전 차원이 아니고 공익성유지 차원에서 보조」하고 있다.또 노선별 채산제도도 문제다.아무리 잘 짜여진 노선체계라 하더라도 노선별로 수지(收支)차이가 있게 마련이다.서울의 굴곡.우회노선은 이차이를 보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더불어 1노선.1업체 체제도 바꿔야 한다.노선별 버스투입대수는 수요를 기준으로 결정돼야하는데 서울은 대부분 업체크기에 따라 투입대수를 결정하고 있다.이 때문에 지입버스가 생기 는등 폐단이 따른다.
요금수수방법을 개선하는 것도 급선무다.현금승차를 가능한한 줄이는 대신 「스마트카드」를 전면 시행하면 수입금 관리를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게 할 수 있다.덧붙여 버스를 갈아타는 횟수에 상관없이 일정시간내에는 돈을 더 안받고,지하철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개발하면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의 문제점은 간단하게 고쳐질 수도 있다.
이런 개선을 전제로 다음엔 버스노선을 전면개편하는 일이다.방법은 <그림a>처럼 중복노선을 없애며 노선을 단순화하는 방법도있고,<그림b>처럼 지역환승센터를 이용하는 시스템을 구상하는 방법도 있다.이 노선은 물론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당국이 개편해야 한다.노선결정에 시민.업자의 의견을 너무 반영하면 오히려 비효율적인 체계가 될 수 있다.
운영은 민영이 더 효율적이다.외국도시들은 공영으로 질(質)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버스인구가 별로 늘지않을 뿐더러 비효율이 높다.공영화(公營化)에는 또 초기재원이 많이 필요하다.
이 같은 버스개혁에는 「돈」이 많이 필요한건 아니다.중요한건당국의 의지,기득권 업자들의 협조,전문가의 노력등이다.특히 당국.업자들이 지금까지 누려온 권한.이권의 양보가 관건이다.기득권층의 양보는 바로 시민의 발인 버스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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