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석칼럼>연결財務諸表와 持株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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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22일 정부.여당 고위 관계자들이 공정거래법개정안을 놓고 회의를 가졌다.거기에서 미뤄놓은 안건 가운데 하나로 연결재무제표가 있다.결론부터 말하자.연결재무제표 작성 의무는 이번에꼭 통과시킬 것을 권하고 싶다.대상을 이른바 3 0대 기업집단으로 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안의 본질을 전혀 엉뚱한데로 몰고가 버린다.이 의무는 최소한 모든 상장기업으로 반드시 확대해야 한다.
연결재무제표는 무엇보다 주식투자자를 위해 기업집단의 정보를 제공한다.정보는 돈이다.부족하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리스크다.리스크는 비용을 발생시킨다.이자율은 리스크가 높으면 올라가고 주식값은 리스크가 높으면 내려간다.우리나라가 금리는 높고 주식값은 싼 이유 가운데 큰 하나는 이러한 기업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연결재무제표 작성은 현명한 기업인으로서의 대주주라면 기업의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고 주식 시가로 평가한 기업의 순자산을 늘리려고 솔선해 그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일이라고 본다.크든작든 기업집단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겠다는 이유가 작성기술 부족이나 작성비용 과다로 돌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만일 이런 이유로 대주주겸 최고경영자 자신도 그 기업집단의 자본구조나현금흐름의 실상을 모르면서 투자하고 경영하는 것이라면 그는 경영맹인(盲人)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그런 이유가 아니라 간략하더라도 그룹사의 연결된 재무정보를 어느 제한된 내부에서는 가지고 있으면서 숨기고 있는 것이라면 이것은 돈을 꿔주는 금융업자와 증권 시장에서 주식에 투자하는 「동료」주주를 기만하려는 것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화제의 책 『트러스트(신뢰성)』에서 주장한다.『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습.도덕.협동심등 「사회적」자본이며 이 사회적 자본의 핵심은 그 사회 구성원간의신뢰성이다』라고.그 사회가 전체가 공유하는 일반적 신뢰 성을 갖추지 못한 사회는 경제 발전의 한계에 곧 부닥치고 만다는 것이다.미국.서유럽.일본은 이 사회적 신뢰성을 가지고 있고 중국과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한 사회의 범주에 낀다고 그는 강조한다. 기업가는 모든 종류의 지도자가 다 그렇듯 리스크를 담당하는 존재다.저축자와 투자자가 불확실한 기업정보의 리스크를 부담하는 사회는 신뢰성이 없는 고비용 사회다.기업가가 기업의 재무정보를 활짝 열어놓는 리스크를 기꺼이 짊어짐으로써 우 리 사회에 신뢰성을 구축하고 금융 저축자와 주식 투자자를 「동업자」로서 끌어안아야 기업 비용은 줄어든다.
특히 앞으로 해외 주식시장에 직접 상장하고 유리한 조건의 해외 금융을 쓰기 위해선 연결재무제표 작성은 불가결(不可缺)이다.부분적이고 불성실한 재무보고를 빌미로 이미 체결된 국제적 사업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기업 그룹에 연결 재무제표 작성 의무를 부과하면 동시에 해야할 입법조치가 하나 있다.그것은 「지주회사(持株會社)」를 양성화하는 것이다.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경제 관련 부처들은경제 문제 풀기가 어려워지니까 요새 와서 부쩍 대그룹의 「기조실장(企調室長)」 회의를 자주 갖는다.전에도 경제가 어려워지면그랬다.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30대 기업집단」이라는 비합리적카테고리에 억류시켜 그룹기업을 노골적으로 「악의 존재」로 치부하고 있다.「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문필가들이 그다지 언어적 영감(靈感)도,경제학적 치밀성도 없이 진부하게 써오고 있는 정죄(定罪)와 상응하는 카테고리다.그룹의 기조실은 경제보다 정치 현실에 따라 제정 된 법에 의해 비합법화된 지주회사의 지하활동이름이다.
우리나라의 그룹 기업의 발생 특성은 「업종다변화(diversification)」다.이것은 한 업종을 고수하면서 생산 규모와 시장 셰어를 늘려 수평 독점을 노리는 확장도 아니고,기존 생산품의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으로 뻗어나감으로써 수직 독점을 노리는 확장도 아니다.교과서에 나오는대로 현재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사양화할 것에 대비한 신규산업 진출이나 쓰러지는 기업을매입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이룬 「복합기업(conglomerate)」들이다.전혀 독 과점이나 불공정 거래와는 다른 차원에 있는 별도 형태의 기업집단이다.지주회사를 양성화하는 것이 30대 기업을 공정거래법 속에 넣어 특별 관리하는 것보다 나라의 법 체면과 기업집단의 재무공개 촉진,이 두가지 모두를 위해 좋을 것이다.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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