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프랑스 시라크의 '헛걸음 중동行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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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내정세의 불안을 잠시 뒤로 하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중동지역을 순방했다.
방문국중 하나인 이스라엘에서 시라크는 이스라엘 경호요원들의 과잉경호를 비난하며 『내가 돌아가기를 바라느냐』고 격렬하게 항의했다.『물론이죠.』경호요원뿐만 아니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까지도 속마음으로는 그렇게 외쳤을 것이다.
시라크는 이스라엘 의회에 비난을 퍼부었다.이에앞서 시리아에서는 『모든 합의는 「평화의 땅」원칙에 기초해야 하며 그 원칙은골란고원이 시리아 영토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시라크는 팔레스타인 평의회에서도 연설했다.거기서 시라크는 최근 의 팔레스타인폭동에 대한 이스라엘 정책을 비난했으며 팔레스타인 국가의 존재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아니라 안전보장의 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역설했다.
중동평화협상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라크의 요구에 네타냐후가 『수프를 끓이는데 요리사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따라서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프랑스도 다른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아랍국가들과 많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또한 국내에 존재하는 많은 이슬람 인구를 무마시킬 필요도 있다.그러나 시라크의 중동순방을 프랑스의 전통적인 외교방식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무엇을 해야할지 판단이 안설 때는 일단 미국의 발목을 잡아라』가 그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도 자신의 대외정책으로 이미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무엇보다도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이시리아를 달래기 위해 시라크에 앞서 스무번도 넘게 시리아를 방문했다.게다가 시라크가 말한 「평화의 땅」은 클 린턴에겐 최우선 순위의 정책이었다.
네타냐후 덕분에 서방 각국은 골란고원에서 시리아의 공격에,헤브론이나 서안(西岸)의 여러 도시에서 팔레스타인의 공격으로부터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당장 파견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국지적인 힘의 균형을 원하는 네타냐후는 시라 크가 말하는 팔레스타인국가가 팔레스타인이 탱크등 중화기를 마음대로 구입하고시리아와 동맹을 맺는등 독자외교를 펼치는 것을 의미하는가 하고묻는다.경화기로 무장한 4만명의 팔레스타인 전사들만으로도 당장엄청난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같은 질문은 정당한 것이다.시라크 뿐만아니라 네타냐후의 강경노선을 비난하는 다른 비평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결국 중동평화협상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몇몇 아랍국가나 단체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상시 위협하고있기 때문인 것이다.
[정리=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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