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꼴찌를 AL챔프로 … 탬파베이 ‘매든의 매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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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가 20일(한국시간) 홈구장 트로피카나필드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3-1로 누르고 1998년 창단 후 처음으로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탬파베이는 23일부터 내셔널리그 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7전4선승제의 맞대결을 펼친다.

탬파베이는 지난 10시즌 동안 아홉 차례 동부지구 최하위를 기록한 ‘꼴찌팀’이었다. 그런 탬파베이가 올 시즌 동부리그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월드시리즈 제패까지 넘보고 있다. 배후에는 2005년 11월 부임한 조 매든(54·사진) 감독이 있었다.

◆바닥에서 시작하다=매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5년 말 탬파베이는 선수간 신뢰도, 구단의 발전 프로그램도 없었다. “나쁜 조직이 갖고 있는 모든 증상은 다 보여주는 팀이었다”고 매든은 당시를 회상했다. 팀은 당시 곪을 대로 곪아 있었다. 그 무렵 마이너리거 유망주 5명이 메이저리그로 승격시켜 달라고 태업을 하는 사고도 터져 나왔다. 매든은 부임하자마자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그들과 대화했고, 프로정신과 직업윤리를 강조했다.

클럽하우스에 몇 가지 문구를 붙였다. 가령, 카뮈가 말한 대로 ‘성실한 사람은 따로 규율이 필요 없다’(Integrity has no need of rules) 등 화합과 팀 플레이, 프로다운 근성에 대해 강조하는 내용들이었다.

◆눈높이를 맞추다=매든은 선수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그는 LA 에인절스에서 무려 31년간 선수-스카우트-순회 인스트럭터, 마이너리그 감독과 메이저리그 벤치코치를 지냈다. 선수 시절엔 겨우 싱글A에 그쳤지만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화가 시작됐다. 홈 구장 감독실에 와인랙을 만들어 경기가 끝나면 투수 코치(짐 히키)에게 한 잔을 건넨다. 와인을 좋아하는 선수들도 스스럼없이 감독 방을 찾는다. 올해 페넌트 레이스 막바지 선수들이 단결을 위해 인디언 전사 스타일로 삭발을 하자 매든 감독도 이에 동참했다. 신상과 필벌이 균형 있게 적용됐다. 올 9월 중순 클리블랜드전에서 중심 타자 업튼이 내야 땅볼을 때려낸 뒤 1루까지 천천히 달려가자 곧바로 경기에서 제외시켰다. “야구로 죽고 사는 건 아니지만 야구는 당신들의 직업”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중요한 건 상상력=조 매든 야구 스타일은 파격적이다. 8월 17일 텍사스와의 경기 만루 상황에서 상대 타자 조시 해밀턴을 고의 4구로 내보내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아메리칸리그 107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양키스의 우완 투수 마이크 무시나를 상대로 스위치 타자들에게 오른손 타석에 들어서라고 주문했다.

매든은 이와 관련, “그동안 해왔던 것들만 반복하는 데 질렸다. 뭔가 창조적으로 덤벼야 새 해법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러한 모험은 상상력에서 나왔고, 상상력은 철저한 준비에 근거한다. 매든은 80년대 에인절스 마이너리그 팀 타격 코치 시절부터 워드 프로세서를 들고 다니며 각종 통계 기록을 정리해 왔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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