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실재’와 ‘실제’의 경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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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조선시대 풍속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얘기를 다룬 ‘바람의 화원’을 두고 말들이 많다. “신윤복이 실재 여자였나요? 그가 ‘실제의 인물이 아니다’란 설도 있던데….” “두 사람이 실재로 사제(師弟) 관계였나요?”

하지만 선뜻 답하기엔 질문 내용이 뭔가 어색하다. “실제 여자였나요” “실재의 인물이 아니다” “실제로 사제 관계였나요”라고 해야 비로소 의미가 통한다.

‘실재(實在)’는 거짓·상상이 아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실제(實際)’는 있는 그대로(사실)의 경우·형편을 일컫는 말로 구분해 써야 한다.

“소설은 실재 인물과 사건을 차용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돼 있다”에서 ‘실재 인물’은 가상이 아닌 실존 인물이란 뜻으로 사용됐다. “그 드라마의 일부 사건은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있어”라고 하면 드라마 속 얘기가 사실의 경우와는 괴리감이 있다는 의미로 쓰였다.

‘실제’는 명사뿐 아니라 부사로도 사용할 수 있으나 ‘실재’는 ‘-로’가 붙은 부사 형태가 없다. “그들은 동시대 인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으나 실재로 스승과 제자 사이는 아니다”라고 써서는 안 된다. ‘실제로’로 고쳐야 어법에 맞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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