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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생활 혁명’불러온 비아그라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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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남성에게 내린 신의 선물’‘20세기 최후의 위대한 발명품’‘해피 드럭의 원조….’ 화이자가 개발한 비아그라에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수식어가 붙는다. 그만큼 비아그라가 전세계의 성의학과 성문화의 끼친 영향은 엄청난 것으로 평가된다. 2003년 3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990년대 주목받는 사건의 하나로 ‘98년 미 식품의약국(FDA)의 비아그라 판매 승인’을 선정했을 정도였다. 상품명이 보통명사가 될 정도로 숱한 화제와 성 치료의 혁명을 몰고 온 ‘비아그라 탄생 10년’을 조명해본다.

#‘성의 공론화’를 이루다

비아그라가 출현하기 전에 ‘발기부전’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금기 용어였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걸 감추거나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비아그라가 등장하면서 성생활의 중요성이 공론화되고, 발기부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차츰 바뀌었다. 발기부전 치료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 환자들이 ‘성생활=삶의 질’이라는 등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채수홍 교수 역시 ‘성의 공론화’를 비아그라가 가져온 가장 큰 공헌으로 꼽았다. 그는 2006년 10월 ‘발기부전 환자와 비아그라를 통해 본 한국 남성의 남성성’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채 교수는 “비아그라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성에 대한 의사소통을 늘렸다”며 ‘여성이 남성의 성과 성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인의 ‘행복한 성’을 위한 실천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최근 화이자에서 발표한 ‘보다 더 나은 성생활을 위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녀의 91%와 85%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성이 필수적 요소’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성생활에 만족하는 남녀는 각각 9%, 7%에 불과했다. 이는 부부가 행복한 성생활을 위해 개선 또는 치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부를 행복하게 만드는 알약

1998년 발기부전 치료제로 처음 등장한 비아그라는 음지에 있던 성 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려 성을 공론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앙포토]

비아그라는 부작용으로 탄생한 약이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을 먹은 환자들에게서 발기가 일어나자 연구 방향을 바꾼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은 경구용(먹는 약)이라는 것. 종래 섹스를 하기 전에 주사를 맞아야 했던 불편함을 단번에 해결했다.

복용의 편리함과 함께 환자들은 발기강직도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2006년 중앙대 의대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가 장기복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아그라 복용자의 95%와 배우자의 98%가 치료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만족의 가장 큰 이유로 ‘우수한 발기 강직도’와 ‘발기 지속성’을 꼽았다. 또 5년 이상 장기복용 시에도 남성은 6점 만점에 5.15점, 여성은 5.10점으로 성생활 만족도가 상당히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에겐 요로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계명대 의대 비뇨기과 박철희 교수팀은 99년부터 2004년까지 추적관찰이 가능했던 68명을 분석한 결과, 비아그라 복용 3개월 뒤부터 성기능 개선과 함께 소변 보기가 힘든 요로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카이로대학 병원 의사들은 비아그라로 부부들의 심리적 갈등을 푸는 데 성공했다. 연구 대상인 35명 중 32명이 비아그라 복용 후 배우자와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중 23명은 비아그라를 복용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효과를 봤다. 심리적인 문제도 결국 성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짜 먹고 부작용 속출도

비아그라 짝퉁은 심각한 수준이다. 암거래는 인터넷이나 성인용품, 재래시장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가격이나 번거로움, 또 체면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는 남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짜약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실제 온라인에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구입해 복용한 한 남성은 발기가 지속돼 야밤에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이 경우 음경의 해면세포가 괴사돼 성기능을 잃어 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성인용품점에서 구입한 가짜 약을 복용하고 눈이 빠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실핏줄이 터진 환자도 있다.

짝퉁은 제조 과정이 비위생적이고 성분도 불분명하며, 성분 함량이 들쭉날쭉하다. 기준치에 미달하면 효과가 없고, 기존 용량보다 4~5배 초과하면 심근경색·뇌졸중 등으로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화이자는 겉포장과 알루미늄 포장에 홀로그램 기법을 도입했다. 45도 기울였을 때 로고의 색이 푸른 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뀐다. 정품은 8정(2정씩 알루미늄 포장X4개) 박스포장이며, 병 포장은 정품이 아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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