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생활기록부 성적처리 전산프로그램 문제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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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그램이 부실하고 사용하기에도 아주 불편한데다 성적이 쉽게 조작될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선책이 시급하다.』교육부가 97학년도 대학입시를 위해 전국 고교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을 취합,대학에 제공할 목적으로 지난달초 만들어 배포한 고교 성적관리 프로그램을 써본 교사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고교는 11월25일까지 최종 전산자료를 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정보 유출.조작이 가능하다=서울 A고 교사는 『성적관리 프로그램은 암호를 모르는 사람도 파일구조가 같은 엑셀.디베이스Ⅲ등 응용 프로그램으로 내용을 읽어볼 수 있다』고 밝혔다.
B고 교사는 『똑같은 성적관리 프로그램을 갖고 있으면 새 프로그램에서 암호관리 파일을 만들어 기존 프로그램을 작동시킬 수있다』며 『내용 수정은 프로그램에서 최고 관리자만 하도록 한다지만 같은 방법으로 최고 관리자 암호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성적을 고치면 파일에 수정날짜가 남지만 컴퓨터 작동날짜를 함께 고치면 흔적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이 불편하다=여러 화면을 연결시킨 통합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다양한 화면을 한꺼번에 쓸 수 없다.
C고 교사는 『여러대의 컴퓨터로 나눠 작업하면 한곳에 합칠 수 없으며 학생들의 성적을 별도 파일로 만들어 일괄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 학생의 틀린 부분을 고치기 힘들다』고 말했다.이처럼 조작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는 아 예 성적입력전담 교사 1~2명을 지정했다.더욱이 성적을 전산자료로 만드는작업을 용역회사에 맡기는 학교도 많아 성적 정보가 샐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잘못됐다=D고 교사는 『학기말 성적을 입력할 때전체 학생의 성적이 화면에 나타나지 않았고 과목별 입력때는 마지막 과목이 입력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또 『인문고 직업반 학생을 위한 별도 성적처리 항목이 없어 이들의 성적처리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586펜티엄급 컴퓨터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져 486급 이하 컴퓨터에서는 오류가 자주 나타난다는것이다.현재 전국 고교중 586급 컴퓨터가 없는 학교가 절반 이상이다.일선고교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 프로 그램을 아주대와 공동 제작한 국립교육평가원 관계자는 『사용상 미흡한 점은 고쳐 24일 보완본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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