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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연금술사, 인터넷에 길을 묻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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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제 작가는 1960년대 뮤지션처럼 대중적인 스타(pop star)가 되었다.”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로 코엘료(61)가 세계 최대의 책 박람회인 제60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 말입니다. 그가 개막식 연설에서 한 이 말은 “인터넷은 책의 몰락을 가져오는 적(enemy)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며 “작가가 이 같은 큰 흐름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트에서 코엘료를 직접 만나보니 이 말은 그가 자신이 누리는 인기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더군요.

15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호텔에서는 그의 ‘전 세계 판매 1억 부 돌파’를 기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판매량 1억 부란, 68개 언어로 번역돼 160개국에서 판매된 그의 책 18권의 판매량을 합친 것입니다. 이중 3000만 부가 바로『연금술사』가 만들어낸 기록이고요. 거리에는 코엘료의 사진이 들어간 플래카드가 휘날리고, 같은 날 밤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사가 후원하는 기념파티까지 열렸으니 스타 작가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는 셈이죠.

회견장에 나타난 코엘료는 격식을 차리지 않는 매너를 보여줬습니다. 주인공이면서 사회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스스로 마이크를 잡고 자신을 직접 소개했습니다. “브라질 작가의 작품이 68개국 언어로 번역된 것은 유례가 없었다”며 “살아있는 작가로서 한 권의 책으로 최다 언어 번역(『연금술사』, 67개국)을 낸 것으로 기네스 기록에도 올랐다”고 당당히 말하더군요.

“질문은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로 다 해도 된다” “소속을 먼저 밝히고 물어달라”는 세부 사항까지 당부했습니다.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로 받은 질문은 답하기에 앞서 못 알아 들은 기자들을 위해 직접 영어로 번역해주는 친절도 베풀었습니다.

그가 열렬한 ‘웹 예찬론자’라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하루에 인터넷을 하는 데 3시간을 보낸답니다. 인터넷 덕분에 독자들과 실시간 대화도 나누고, 새로운 문체로 더욱 간명하게 글 쓰는 법도 연구하고 있답니다. 그는 인터넷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낡은 경제 모델에 대항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며 “콘텐트 생산자들이 인터넷의 ‘공유’ 시스템을 거부할수록 게임에서 지고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연금술사』를 온라인에서 읽을 수 있도록 했지만 그 때문에 판매량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그는 인터넷에서 ‘공유’와 ‘상생’의 지혜를 보았나 봅니다.

서른여덟 살의 나이에 탄탄한 직장을 떠나 사막 순례를 한 뒤 작가로 변신한 코엘료. 이제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과 교신하는 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늦깎이 스타 작가의 초상입니다. 

프랑크푸르트=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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