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상에서>시부모님의 재활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며칠전 시어머님의 생신이라서 시댁에 갔다.동서와 함께 분주히음식장만을 하고 한숨을 돌리려는데 부엌 한구석에 예쁘게 수놓아진 액자가 눈에 띄었다.
『어머님,언제 저렇게 근사한 수를 놓으셨어요.너무 멋있어요』하며 감탄하자 옆에 있던 아버님께서 『내가 어제 쓰레기통에서 주워다 걸었다』고 설명하신다.이내 수긍이 갔다.두 분은 길에 떨어진 고무줄 하나라도 그냥 두고 못 지나치신다.
약수 뜨러 나갈 때 필요한 페트병.헌라디오.벽시계.프라이팬등시댁에서 사용되는 자잘한 생활용품이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것이다.누가 쓸만한 물건을 휙휙 잘도 버리는지 모르겠다며 깨끗이 손질할 때마다 혀를 끌끌 차곤 하신다.우 리도 아버님이주워다 수리해준 전기스탠드와 벽시계가 멀쩡하게 잘 돌아가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하긴 40년 됐다는 선풍기를 지금도 새 것처럼 사용하고 계시니 두 분의 절약정신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시부모님의 알뜰살림 소비절약 실천을 보며 느끼는게 있다.우리나라도 마을단위로 벼룩시장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자신은 쓰기 싫증나고 남들은 필요한 물건들이 집집마다 많은 것같다.휴일오후 학교운동장이나 공원 빈터를 이용해 이웃끼리 물물교환을 한다면 불필요한 쓰레기도 줄이고 낭비도 막을 수 있어 참 좋을 듯싶다.오래된 물건이라도 깨끗이 닦고 손질해 다시 쓰는 검약정신은 우리 모두 윗세대에게 배워야 할 지혜.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최평자<경기도광명시철산3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