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형철 외교부 미주국장 訪美속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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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형철 북한 외교부 미주국장(사진)의 방미(訪美)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 여파로 북.미 관계가 미묘한 국면에 처한 상황에서 북한의 대미(對美)정책 실무책임자가 갑자기 미국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금주중으로 예정된 이형철의 방미는 명목상 유엔총회 참석이 목적으로 돼 있다.당초 북한은 윈스턴 로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한(訪韓)협의를 마치고 중국으로 향한 직후인 지난주초이형철의 입국비자 발급을 미국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무장공비 사태를 감안,일단 비자발급을 거부했지만 방미목적이 유엔총회 참석이라면서 우기는데야 미국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형철은 대미관계 개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책임자로 지난해 콸라룸푸르 경수로 회담이나 지난 4월 미국과의 베를린 미사일협상을 주도한 인물이다.유엔 외교와는 거리가 멀다.더구나 북한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최수 헌(崔守憲)외교부부부장 일행을 유엔총회 대표단으로 뉴욕에 파견한 바 있다.뒤늦게 「전공」이 다른 이형철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에보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형철의 방미목적을 미국과의 고위급 직접 접촉으로 보는 것도이 때문이다.외무부 당국자는 『마크 민턴 미 국무부 한국과장급이하의 북.미 접촉채널은 항상 열려있는 것이고,이는 우리도 양해하고 있는 사항』이라면서 『이형철이 미국에 가더라도 그 이상레벨의 고위급 접촉은 절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그 정도 수준의 통상적 접촉을 위해서라면 굳이 이형철이 미국에 직접 갈 필요가 없다고 볼 때 그 이상의 고위급 접촉을통해 미측에 전해야 할 중요 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게 뭔지 확인은 안되지만 4자회담과 관련한 3자설명회 수락 메시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일단 큰 것으로 관측된다.국면전환을 위해 그 이상 좋은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또 미사일 회담과 유해송환 협상의 재개의사를 밝힘으로써 대미 관계개 선 구도를 공비사건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의도를 내비칠 수도 있을 전망이다.미국이 한국의 눈치를 보느라 로드 차관보나 찰스 카트먼 국무부 부차관보급의 접촉을 주저할 경우 북한은 노동1호 미사일발사강행 위협이나 간첩혐의로 북한에 억류 돼 있는 에번 칼 헌지커 건을 미끼로 접촉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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