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最古 극영화 필름 "리처드3세" 미국서 발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보관상태가 거의 완벽한 세계 최고(最古)의 극영화 필름이 발견됐다. 화제의 필름은 최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윌리엄 버펌(78)이란 한 필름수집가의 골방에서 발견된 『리처드3세』.1912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세계 장편영화의 첫 완성작으로 꼽히는 D W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보다 3년 앞서는 것이어서 앞으로 역사책을 새로 써야 할 판이다.
미국 영화사가들은 극영화인지 아닌지 내용을 모른 채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이 필름의 발견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라며 한껏 들떠 있다.
미국영화연구소의 진 퍼스턴버그는 필름의 생생한 보존상태를 빗대어 『마치 렘브란트의 작품을 발견한 것같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셰익스피어를 극화한 『리처드 3세』는 제임스 킨 감독이 당시 셰익스피어극 배우로 이름을 떨치던 프레데릭 워드를 출연시켜 만든 55분짜리 무성영화.영화사가들은 적어도 러닝타임이 40분이상이거나 35㎜필름 4릴(reel)이상 분량이어 야 극영화로 분류한다.영화탄생시점인 1895~1912년 미국영화사들은대개 10~15분짜리 1릴의 영화를 만들었다.
『리처드 3세』는 1912년 미국에서 제작된 8편의 영화(극영화.다큐멘터리)중 한편.이 영화는 뉴욕 M B 어뮤즈먼트사가3만달러를 들여 만들었다.킨 감독은 이 작품 연출 5개월전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만들었으나 지 금은 필름이 훼손된 상태.2년후 그는 한 연회장에 벌떼처럼 몰려드는 굶주린노동자들의 장면을 담은 『머니(Money)』란 사회극을 만들어유명 감독 반열에 올랐다.
한때 일용직 영사기사이자 밀가루공장에서 일했던 버펌이 이 영화를 입수한 것은 지난 60년.어릴 적부터 무성영화에 관심이 있던 그는 여러 필름과 함께 이 영화를 친구에게서 구입했다.
『리처드 3세』는 영화인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오는 29일 연례행사인 LA영화제에서 정식으로 공개된 뒤 뉴욕등 다른 도시에서도 상영될 예정.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