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울,'클린턴 흠집내기' 본격화-미국 대통령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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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통령(Mr.
President)과 녀석(Bozo).
미국 대통령선거가 한달도 채 안남은 최근 1주일 남짓 사이에봅 도울 공화당후보가 민주당후보인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해 사용한 두가지 호칭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의 첫번째 TV토론에서 도울은 시종일관 정중한 말씨와 여유있는 조크로 체통을 잃지않으며 클린턴을 공략하려 애썼다.
그러나 첫번째 토론 이틀뒤 뉴저지주 유세에서 도울은 클린턴을일러 『녀석은 백악관에서 쫓겨나고 있는중』이라며 거친 언어를 구사,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점잖은 토론」으로 정책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뒤처진 지지도를 만회하려 했으 나 여전히 패색(敗色)이 완연하자 다분히 원색적인 정치적 수사를 동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따라 16일 저녁(한국시간 17일 오전) 열릴 두번째이자마지막 TV토론을 앞둔 미국내 관심이나 양 진영의 전략.대응도이제 「정책대결」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대신 도울이 화이트워터나 FBI 파일 사건등 클린턴의 개인적인 약점을 과연 얼마나 물고늘어질 것이냐가 관심의 초점이다.
14일 유세에서 도울은 2차 TV토론에서는 클린턴 행정부의 윤리성.신뢰도를 문제삼겠다는 뜻을 밝혔다.『혈압.콜레스테롤치는내가 낮고 키는 클린턴이 약간 크겠지만 건강이나 개인신상 문제따위를 이슈로 삼고싶지는 않다』던 첫번째 토론때 의 호언장담과는 딴판이다.
그러나 도울이 과연 「클린턴 흠집내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이다.도울이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미국의 유권자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당장 첫번째 토론 당시의 여론조사 결과,도울.클린턴 어느 쪽이든 상대방 개인에 대한 공격성 발언에 대해 시청자들은 시종일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클린턴이 부시에게 대통령 호칭을 쓰지 않았다고 도울이 비난한 것조차 도울의 감점(減 點)요인이었다. 이런 유권자들을 앞에 놓고 「흠집내기」 카드를 동원하기가선뜻 내킬리 없다.다른 승부수를 선택할 여지도 없는 도울이지만그렇다고 막 나갈 수도 없는 것이다.2차토론을 앞둔 도울의 고민과 미국내의 관심은 성숙한 유권자가 성숙한 정치 보다 먼저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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