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療사고 방지 대책 마련 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한국적 안전불감증에 대한 자구노력 필요성이 의료계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대전 S병원에서 왼쪽 난소낭종 절제수술을 받은 朴모(26)양은 수술후에도 차도가 없어 다시 검사한 결과 종양은그대로 남아있고 대신 오른쪽 난소가 온데간데 없었다.집도의의 실수로 반대쪽 난소를 떼어내 영구불임여성이 된 것.
병원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실수가 큰 의료사고로 연결된 단적인예다. 지난해 12월 혈액형이 맞지 않는 피를 잘못 수혈한 서울 S대병원의 수혈사고,최근 소화아동병원에서 일어난 집단 오투약사고는 오히려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손가락.무릎.눈.신장.뇌.치아등 치료대상 장기를 혼동해 바꿔수술하는 경우는 물론 수술도중 거즈나 가위를 뱃속에 넣어둔채 봉합한다든가 소변.혈액등 각종 검사물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붙여 검사결과가 바뀌는 사고 역시 심심치 않게 일 어나고 있다.
아주대 이성락(李成洛)의무부총장은 『의료행위는 환자 한명에 접수.검사.간호.의사등 수십명이 관여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실수의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며 『실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는 제도 적 장치가 더 시급하다』고 말한다.
일본의 경우 안전공학분야에서 활용하는 「이중안전시스템」을 운영하는 병원이 많다.
이 장치는 「모든 사람이 일정한 확률로 실수한다」는 가정 아래 상대방의 지시 또는 행동에 의문이 생기면 즉시 확인토록 했고,이같은 요구를 받은 사람은 「고맙다」는 말로 응대하게 했다.일견 대수롭지 않은 제도 같지만 병원같이 경직된 상하구조 속에서 이같은 절차는 의료사고를 3분의1로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 「아차코너」를 운영하는 병원도 있다.의료사고까지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가슴을 섬뜩하게 만들었던 상황이나 사소한 실수를 수집해 이를 전직원에게 교육한다.
여기에는 「콜레스테롤검사 지시를 빌리루빈으로 착각했다」「비슷한 이름의 다른 환자 라벨을 붙였다」는등 무수한 실수가 망라되고 병원측은 이같은 사례를 모아 실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계통도를 그려나간다.
다음 작업은 위험예지훈련.실수가 가장 많은 순서대로 철저한 교육등 실제 대책을 강구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영문은 필기체가 아닌 인쇄체로 또박또박 쓸 것,환자는 이름이 같을 수 있으므로 생년월일까지 확인하기,단위를 말로 전달할 때는 mmHg,mg/dl등 마지막까지 발음하기,약등에 색분류법 활용,수술실에서 체크리스트 활용등 갖 가지 처방이제시된다.
그렇다고 국내에 이같은 실수예방대책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서울대병원의 경우 투약사고를 막기 위해 조제시 3회 확인,더블체크,1회 2정이상 투약시 재확인하는 절차를 실시하고 삼성의료원은 수술전 준비한 재료.기구.수술포등의 수량을 수 술후 비교해환자의 뱃속에 남을 수 있는 재료 누락을 막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병원들은 이러한 의료실수를 단지 개인의 성실도에 의존하는 실정.
李교수는 『의료계도 한국사회의 병폐인 적당주의가 알게 모르게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건의 큰 사고 배경에는 29건의 작은 사고,3백건의 사소한 실수가 깔려 있다는 안전공학계의기본원칙인 하인리히법칙을 상기해 불량의료 0시 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