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龍頭蛇尾된 선거사범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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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11총선의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오늘로 만료된다.지난 총선의 각종 선거법 위반사례들이 오늘 이후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현역의원들이 이제야 한고비 넘겼다는 해방감에 싸여 있다하니 선거법에 대한 공포가 크긴 컸던 모양이다.
사실 이번 총선은 문민정부가 선거개혁을 내세우며 선거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해 치른 선거로,대통령도 선거를 다시 치르는 한이있더라도 이번만은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표명한 바도 있다.실제 지난 8월에는 선관위가 후보 들의 선거경비실사(實査)를 통해 22명의 당선자를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했었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끝나는 오늘 검찰의 처리결과는 실망스럽기만하다.이미 검찰이 수사하고 있던 사건을 제외하고 선관위가 당선여부에 영향줄만하다고 고발한 사안을 모두 무혐의 또는 내사종결로 불기소 처분했다.
우리는 똑같은 사안을 놓고 국가기관 사이의 견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검찰은 선관위의 고발이 너무나 경미한 것이어서 기소할 사안이 안된다는 것이다.그렇다면선관위는 몇만명을 동원한 결과가 고작 그것이었느 냐는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기서 어느 기관이 옳고 그르고를 심판하고 싶지는 않다.다만 이런 결정이 당초의 선거법 정신에 충실한 판단이었느냐는 점이다.기왕 만든 법이라면 법정신에 따라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시행했어야 했다.선관위에서는 벌써 이런 식의 법적용이라면 내년 대선을 어떻게 치르겠느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이런 분위기라면 법 따로,선거 따로라는 풍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선거법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비현실적 조항이 많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다.실천이 불가능한 조항은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선거사범처리에 정치성이 많이 개입됐다는 야당의 주장도 경청해야 한다.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개정될 선 거법에 반영되도록 여야는 지혜를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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