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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새 사실 없이 예전 것 긁어 모아 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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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나.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단단히 화가 났다. 한국 경제 위기론을 잇따라 보도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때문이다. FT는 14일자 9면에 ‘가라앉는 느낌(Sinking feeling)’이란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신문 한 면을 거의 다 차지할 정도로 크게 실렸다. FT는 6일자에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금융위기의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라고 보도했다. 8월 13일에는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기획재정부는 펄쩍 뛰었다.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비판도 했다.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새로운 사실도 없이 (이전에 쓴 내용을) 다 긁어 모아 썼다”며 “한국에 대해 이 정도로 쓴다면 우리나라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나라가 숱하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 정상화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환율이 떨어져 FT가 틀렸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줬다”고 반박했다. 재정부는 FT에 반박문을 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음은 FT 보도에 대한 정부의 반박 내용.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달러를 구하러 씨티와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예정이다.(FT 보도)

“달러를 달라고 요청할 계획은 없다. 금융 불안의 향방과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만남일 뿐이다.”(재정부 반박)

-강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수출을 제외한 모든 것이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답변했다.

“7월 22일 국회 답변에서 한 얘기인데, 바로 이어 ‘외환위기 때와 같은 위기로 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뒤 얘기를 다 자르고 왜곡 보도했다.”

-내년 6월까지 갚아야 할 단기 외채가 1750억 달러로 외채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

“외채 중 600억~700억 달러는 갚지 않아도 만기가 되면 부채 관계가 종료되는 선물환이다. 은행 상황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한국의 유동성 경색이 심각해 지급 불능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번역 오류로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고 8일 피치사가 먼저 나서 해명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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