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P 오른 코스피, 계속 웃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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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예측의 좋은 방법은 외환위기 당시를 복기해 보는 것이다. 1997년 말 국가 부도 위기를 넘긴 뒤 시장에 안도감이 퍼지며 코스피 지수는 98년 1월 한 달간 51%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금융회사 파산과 기업 부도, 경기 둔화가 이어지며 주가는 그해 6월까지 계속 미끄럼을 탔다. 본격적인 반등은 다시 석 달을 더 기다려야 했다. 대신증권 조윤남 연구위원은 “세계 경기 악화로 한국 기업도 당분간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며 “주가가 계속 오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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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언제까지, 얼마나 더 오를 것이냐다. 일단 1400 선까지 오르는 데는 큰 걸림돌이 없다는 게 삼성증권의 예측이다. 코스피 지수가 1900 선까지 반등했던 올 5월 이후 현재까지 1400 선 밑에선 거래가 확 줄었다. 전체 거래량의 8.3% 정도만 이 지수대에서 이뤄졌다.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사람은 보통 본전이 가까워지면 팔아 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1400까지는 투자한 사람이 많지 않은 만큼 매물 부담도 작다는 얘기다.

김성봉 연구위원은 “1400 선까지는 매물 부담 때문에 주가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거래가 가장 많았던 구간은 1450~1500 사이로 17%가 거래됐다.

남은 변수는 3분기 기업의 실적이다.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다면 순식간에 주가가 다시 꺾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대신증권은 거래소·코스닥 주요 종목 135개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거래소 주요 종목 116개를 분석한 유진투자증권은 3분기 순이익이 23% 줄어들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메리츠증권 조성준 연구위원은 “세계 금융시장의 공포가 진정되면 그간 풀린 돈은 어디론가 흘러들 수밖에 없다”며 “적정 가치에 비해 가장 많이 떨어진 한국 주식에 투자가 쏠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이슈] 미국발 금융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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